박근혜 전 대통령은 23일 열린 첫 정식 재판에서 모두 여섯 마디를 했다. 직업을 묻는 재판장에게 "무직입니다"라고 답한 것부터 시작해 "(공소사실을 부인하는) 변호인과 입장이 같습니다" "(덧붙일 말은) 추후에 말씀드리겠습니다"까지 모두 단문 답변이었다.
박 전 대통령은 유영하 채명성 이동찬 이상철 도태우 김상률 등 변호인 6명의 조력을 받았다. 최순실씨는 이경재 권영광 최광휴 오태희 등 3명,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백창훈 김유진 신우진 장종철 등 변호인 4명을 대동했다.
법정에 먼저 들어와 착석한 것은 재판부였다. 재판장인 김세윤 부장판사는 오전 10시 정각에 입장했다.
"지금부터 제22 형사부 재판을 시작하겠습니다… 피고인들이 출석했는데, 1~2분 정도 늦는 것 같습니다. 입정하는 대로 재판을 진행하겠습니다. 피고인들은 모두 나와 자리에 앉기 바랍니다."
오전 10시1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입장했다. 재판장은 "언론이 법정 촬영을 신청해 국민 알권리를 고려해서 최소한의 법정 촬영을 허가했다"고 알렸다. 촬영이 진행되는 동안 박근혜 전 대통령은 담담한 표정으로 정면을 응시한 채 앉아 있었다.
오전 10시2분. 최순실씨가 입장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쪽은 애써 외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시선을 살짝 아래로 내리깔고 자리로 걸어가 앉았다.
오전 10시4분 포토타임 종료됐다. 재판장은 "오늘 재판은 인정신문, 모두절차, 증거 신청 및 채택 등의 순서로 진행하겠습니다… 검찰 측 신청에 따라 오늘 심리는 모두 녹음하겠습니다. 인정신문 하겠습니다. 피고인들 모두 자리에서 일어서세요."
재판장: 인적사항 확인하겠습니다. 박근혜 피고인, 직업은?
박근혜: 무직입니다.
재판장: 현재 살고 있는 주소지는?
박근혜: 삼성동 ~입니다.
재판장: 본적도 같은 곳이 맞습니까?
박근혜: 네.
재판장: 최서원(최순실) 피고인, 생년월일이 56년생 맞습니까?
최순실: 네 (울먹임)
재판장: 주소는?
최순실: 강남구 신사동 ~입니다. (다시 울먹임)
재판장: 피고인들의 국민참여재판 의사 확인하겠습니다. 박근혜 피고인부터, 이 사건이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되길 원합니까?
박근혜: (일어서서) 원하지 않습니다.
최순실: (일어서서) 원하지 않습니다.
신동빈: (일어서서) 원하지 않습니다.
이어 검찰의 공소사실 설명이 시작됐고, 이를 인정하는지에 대한 변호인 답변이 이어졌다. 한웅재 검사가 공소사실 읽는 동안 박근혜 전 대통령은 허리 세우고 앉아 말없이 정면만 응시했다. 고개를 오른쪽으로 들어 법대 위에 있는 법원 마크를 올려다 보기도 했다. 이어 천장 샹들리에 등 조명을 죽 훑어봤지만, 방청석 쪽으로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잠깐씩 유영하 변호사와 귀엣말을 나누는 모습도 보였다.
검찰에 이어 유영하 변호사가 공소사실을 부인하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
"검찰 논리대로라면 돈봉투 만찬도 처벌해야 마땅하다"
"언제부터 대한민국 검찰이 언론 기사를 형사사건 증거로 제출했는지 되묻고 싶다"
"블랙리스트 기소는 살인자 어머니에게 죄를 묻는 격이다"
"검찰은 도대체 최씨와 박 전 대통령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만나 모의했는지 구체적인 모의 및 범행 과정에 대한 설명이 없다"
재판장은 박 전 대통령에게 입장을 물었다.
재판장: 공소사실을 전부 부인하는 취지인데, 박근혜 피고인, 공소장 읽어봤습니까. 피고인도 마찬가지로 부인합니까.
박근혜: 네 변호인 입장과 같습니다.
재판장: 추가로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까.
박근혜: 추후에 말씀드리겠습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