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서 손 잡은 전두환-노태우… 외면한 박근혜-최순실

입력 2017-05-23 11:40 수정 2017-05-23 11:41

박근혜 전 대통령과 '40년 지기' 최순실씨가 법정에 나란히 선 장면이 23일 오전 전국에 방송됐다. 오랜 친구 사이인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이 같은 법정 피고인석에 함께 선 이후 21년 만이다.

뇌물수수 등 18가지혐의로 재판 받는 '피고인'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란 오명을 얻은 최순실씨는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법 417호 법정에 들어섰다. 박 전 대통령이 먼저 입장해 피고인석에 앉았고, 이어 최순실씨가 들어와 자기 자리를 찾아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3일 오전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 592억여원의 뇌물혐의에 대한 첫 번째 공판에 최순실씨와 함께 출석, 피고인석에 앉아 있다. 사진=국민일보

국정농단 게이트가 터진 이후 처음 만나는 순간, 두 사람은 서로를 외면했다. 박 전 대통령은 피고인석에 앉아 앞만 응시했다. 뒤이어 입장한 최씨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최씨도 박 전 대통령 쪽을 쳐다보지 않고 곧장 자리로 걸어갔고, 피고인석에 앉아 있을 때도 박 전 대통령 쪽으로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긴장한 듯 입술을 살짝 깨물었을 뿐이다.

두 사람은 '피고인석' 명패가 놓인 책상을 앞에 두고 앉았다. 최씨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가 '차단막'처럼 두 사람 가운데 자리에 앉았다. 이후 줄곧 박 전 대통령과 최씨 시선은 서로를 향하지 않았고, 40년간 쌓아왔다는 오랜 '우정'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한나라당 부총재 시절인 2001년 5월 26일 전두환 전 대통령의 서울 연희동 자택을 찾아 전 전 대통령에게 액자를 선물하고 있다. 전 전 대통령은 이듬해인 2002년 박 전 대통령이 한국미래연합을 창당한 뒤 대권 도전 의지를 밝히며 자신에게 힘을 보태줄 것을 요청했다고 회고록에 적었다. 사진=국민일보DB

21년 전 이 자리에 앉았던 전두환·노태우 두 전 대통령은 피고인석에서도 '우정'을 과시하려는 듯 인사를 나누고 손을 잡고 나란히 선 모습을 보였었다. 푸른 색 수의를 입은 두 전 대통령이 피고인석에서 재판장을 향해 섰을 때 촬영된 사진에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오른손으로 노 태우 전 대통령의 왼손을 잡은 모습이 담겨 있다. 이 사진은 나란히 대통령을 지낸 두 친구의 똑같은 최후를 보여줘 오랫동안 회자됐다.

사진은 12·12 군사 반란 및 5·18 사태의 책임을 묻는 1996년 8월 26일 1심 선고공판 때 촬영됐다. 박근혜 최순실 피고인이 앉아 있는 서울법원청사 417호에서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을 손을 맞잡고 선고를 기다렸다.

전 전 대통령은 1997년 4월 대법원에서 무기징역과 추징금 2205억원이 확정됐다. 노 전 대통령은 같은 해 4월 대법원에서 징역 17년과 추징금 2628억원을 선고받았다. 이로 인해 두 사람은 기본적인 경호 이외의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박탈당했다. 제15대 대통령 선거 이틀 후인 12월 20일 김영삼 정부에 의해 사면 복권됐다.

최민우 인턴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