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 박근혜 전 대통령과 23일 법정에서 마주한 40년지기 최순실씨는 긴장한 듯 떨리는 목소리로 울먹였다. 국정농단 게이트가 터진 이후 처음으로 만난 자리지만 두 사람은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먼저 재판정에 입장한 박 전 대통령은 피고인석에 앉아 무덤덤한 표정으로 앞만 응시했다. 뒤이어 들어온 최씨는 박 전 대통령을 한번 바라본 뒤 무표정한 얼굴로 피고인석으로 향했다.
법정 자리배치는 유영하 변호사, 박 전 대통령, 이경재 변호사, 최씨가 나란히 앉았다. 피고인 박 전 대통령은 인정신문에서 재판부가 직업을 묻자 전직 대통령이 아닌 ‘무직’이라고 답했다. 박 전 대통령과 함께한 최씨의 목소리는 떨렸다. 약간 울먹이기도 했다.
국정농단 게이트로 파면당한 박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씨는 재판이 진행되면 서로에게 어떤 모습을 보일지 주목된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8시37분쯤 첫 재판을 위해 호송차를 타고 서울구치소를 출발했다. 호송차량에는 박 전 대통령과 교도관만 탑승했다.
오전 9시10분쯤 호송차량에서 내려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가는 박 전 대통령의 모습이 포착됐다. 박 전 대통령은 수의가 아닌 파란색 정장 차림이었다. 구속영장이 발부 됐을 때와 같은 옷이다. 손에 수갑을 찼고, 왼쪽 가슴에는 ‘503’ 수의 번호 배지가 붙었다. 정갈한 올림 머리는 아니었지만 흰색 머리핀을 이용해 머리를 고정했다. 양 볼은 상당히 야윈 모습이었다.
최 씨도 법원에 모습을 드러냈다. 9시45분께 호송차를 타고 도착했다. 법원으로 향하는 최씨는 마스크를 쓰고 흰색 사복차림이었다. 사복 왼쪽 가슴에는 수인번호가 배지가 붙었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