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갑 찬 박근혜…야윈 볼에 파란 정장 ‘올림 머리’

입력 2017-05-23 09:20 수정 2017-05-23 16:42
뇌물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근혜 전 대통령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이동하고 있다. 김지훈 기자

첫 재판에 출석하는 ‘피고인 박근혜’의 모습이 처음 공개됐다. 구속 53일 만이다.

박 전 대통령은 23일 오전 8시37분쯤 첫 재판을 위해 호송차를 타고 서울구치소를 출발했다. 호송차량에는 박 전 대통령과 교도관만 탑승했다.

오전 9시10분쯤 호송차량에서 내려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가는 박 전 대통령의 모습이 포착됐다. 박 전 대통령은 수의가 아닌 파란색 정장 차림이었다. 손에 수갑을 찼고, 왼쪽 가슴에는 ‘503’ 수의 번호 배지가 붙었다. 정갈한 올림 머리는 아니었지만 큼직한 머리핀을 이용해 머리를 고정했다. 양 볼은 상당히 야윈 모습이었다.

박 전 대통령 공판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법원종합청사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다. 417호 대법정은 과거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이 12·12 사태와 비자금 사건으로 재판을 받은 곳이다. 박 전 대통령은 지하 1층을 통해 곧장 재판이 열리는 417호 형사대법정 대기실로 이동한다.

법정에는 박 전 대통령의 40년 지기이자 국정농단 사건 핵심인 최순실(61)씨, 신동빈(62) 롯데그룹 회장이 함께 피고인으로 선다. 첫 공판에서는 검찰이 박 전 대통령 등의 공소사실을 설명하고, 이에 대한 변호인들의 구체적인 의견이 제시된다. 검찰과 변호인은 준비 절차부터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였다. 첫 공판에서도 날 선 신경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이 기소한 박 전 대통령 사건과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기소한 최씨의 삼성그룹 뇌물 수수 사건의 병합 여부도 이날 결정된다. ‘이중 기소’ 문제에 대한 판단도 내려진다. 박 전 대통령 변호인이 삼성이 자발적으로 뇌물을 제공했다는 혐의와 재단 출연금을 강요받은 혐의가 양립할 수 없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검찰 특별수사본부 1, 2기와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박 전 대통령에게 적용한 혐의는 모두 18건이다. 그 중 직권남용·강요 혐의는 11건, 뇌물 관련 혐의는 5건이다. 앞서 박 전 대통령 변호인은 18가지 혐의를 전부 부인한 바 있다.

형사소송법에서 피고인의 1심 재판 기간은 기소 당일부터 6개월까지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선고는 오는 10월 16일 전까지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 박 전 대통령은 첫 공판을 시작으로 주 3회 열릴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박근혜 전 대통령 혐의 요지

◇재단 출연금 강제 모금

1. 최순실, 안종범과 공모해 2015. 10.~2016. 1. 전국경제인연합회 소속 18개 그룹으로 하여금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 출연금 774억원을 강제 모금하여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강요.

◇개별 기업을 상대로 한 직권남용·강요

2. [현대자동차그룹] 최순실, 안종범과 공모해 2015. 2.~2016. 9. 현대자동차그룹으로 하여금 KD코퍼레이션과 11억원 상당의 납품계약을 체결토록 하고, 2016. 4.~5. 최순실 운영의 플레이그라운드에 71억원 상당의 광고를 발주토록 하여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강요.

3. [롯데그룹] 최순실, 안종범과 공모해 2016. 5. 롯데그룹으로 하여금 K스포츠재단에 하남 체육시설 건립비용 명목으로 70억원을 지급하게 하여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강요.

4. [포스코] 최순실, 안종범과 공모해 2016. 3. 포스코로 하여금 펜싱팀을 창단하여 그 운영권을 최순실 운영의 더블루케이에 주는 것에 합의토록 하여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강요.

5. [KT] 최순실, 안종범과 공모해 KT로 하여금 2015. 10.~2016. 1. 최순실의 지인인 이○○, 신○○을 광고담당 임원으로 채용토록 한 후 2016. 3.~8. 최순실 운영의 플레이그라운드에 68억원 상당의 광고를 발주토록 하여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강요.

6. [그랜드코리아레저] 최순실, 안종범과 공모해 2016. 5. 그랜드코리아레저로 하여금 장애인 펜싱팀을 창단하게 하고, 최순실 운영의 더블루케이를 에이전트로 하는 전속계약을 체결하게 하여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강요.

7. [삼성그룹] 최순실 등과 공모해 2015. 10. 및 2016. 3. 삼성그룹으로 하여금 (사)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6억2800만원을 지원하게 하여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강요.

8. [CJ그룹] 조원동과 공모해 2013. 7. CJ그룹 회장 손경식에게 같은 그룹 부회장 이○○의 퇴진을 요구하였으나 그 뜻을 이루지 못하여 강요미수

◇공무상 비밀누설

9. 정호성과 공모해 2013. 1.~2016. 4. 공무상 비밀을 담고 있는 청와대와 정부부처 공문서 47건을 최순실에게 유출하여 공무상비밀누설.

◇롯데그룹 관련 제3자뇌물수수

10. 롯데그룹이 월드타워 면세점 특허사업자 선정에 탈락하여 2016. 6. 30.로 영업을 종료해야 하는 상황에서, 최순실과 공모해 2016. 3.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으로부터 신규특허 부여 등으로 면세점 영업이 지속될 수 있게 해달라는 등 경영 현안과 관련된 부정한 청탁을 받고, 2016. 5. 롯데그룹으로 하여금 K스포츠재단에 하남 체육시설 건립비용 명목으로 70억원을 공여하도록 하여 제3자뇌물수수.

◇SK그룹 관련 제3자뇌물요구

11. SK그룹이 워커힐호텔 면세점 특허사업자 선정에 탈락하여 2016. 5. 16.로 영업을 종료해야 하고, 케이블 방송업체인 CJ헬로비전 인수 과정에서 경쟁업체들의 반대 등으로 관계당국으로부터 기업결합 승인을 받는 데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최순실과 공모해 2016. 2. 최태원 SK그룹 회장으로부터 경영 현안과 관련된 부정한 청탁을 받고, SK그룹으로 하여금 K스포츠재단 등에 ‘가이드러너 지원사업’, ‘해외전지훈련사업’ 등 명목으로 89억 원을 공여하도록 요구하여 제3자뇌물요구.

◇삼성그룹 관련 뇌물수수

12. [정유라 승마 지원 관련] 최순실과 공모해 20’14. 9.~2016. 7. 삼성그룹 부회장 이재용으로부터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 등을 도와달라는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정유라의 말 구입비 등 승마지원 명목으로 213억 원을 지급받기로 약속하고 그 중 77억 9735만원을 지급받아 뇌물수수.

13.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관련] 최순실과 공모해 2015. 7.~2016. 3. 이재용으로부터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 등을 도와달라는 부정한 청탁을 받고, 최순실이 설립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지원금 명목으로 16억2800만원을 지급하게 하여 제3자 뇌물수수.

14. [재단 지원 관련] 최순실과 공모해 2015. 7.~2016. 1. 이재용으로부터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 등을 도와달라는 부정한 청탁을 받고, 삼성그룹으로 하여금 미르재단(125억원), K스포츠재단(79억원)에 대한 출연금 명목으로 204억 원을 공여하도록 하여 제3자뇌물수수.

◇문화예술계 직권남용·강요

15.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관련] 김기춘, 조윤선, 김상률 등과 공모하여, 2013. 9.~2016. 9. 예술위·영진위·출판진흥원 소속 임직원으로 하여금 지원 심사 과정에 부당개입하게 하여 정부정책에 반대하거나 야당 인사를 지지하는 문화예술계 인사에 대한 지원을 배제토록 함으로써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강요.

16. [문체부 실장 3명 인사조치 관련] 김기춘, 김종덕 등과 공모하여, 2014. 9.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명단(소위 ‘블랙리스트’)에 포함된 인사를 지원대상에서 배제하는데 미온적이라는 이유로 기획조정실장 등 3명의 문체부 실장으로 하여금 사직하게 하여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강요.

17. [문체부 국장 인사조치 관련] 김상률, 김종덕 등과 공모하여, 2013. 3. 대한승마협회 감사업무를 담당한 노○○ 국장 등이 최순실 측에도 문제가 있다는 보고서를 작성하였다는 이유로 노○○을 좌천시킨 후, 2016. 5. 사직하게 하여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강요.

◇하나은행 임직원 인사개입

18. 최순실 등과 공모하여, 2016. 2. 하나금융그룹 회장 김정태로 하여금 최순실이 이재용으로부터 정유라 승마 지원을 받는 과정에서 편의를 제공받았던 하나은행 지점장 이○○를 글로벌 영업2본부장으로 임명하게 하여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강요.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