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의 파업은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자의 권리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노조가 파업을 하면 천문학적 액수의 손해배상과 가압류가 들어온다. 국가나 기업이 쟁의행위에 따른 손해를 노동자들에게 부과함으로써 노조를 옥죄는 것이다. 그동안 적지 않은 노동자들이 신용불량 및 파산, 가족 해체를 겪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우리 사회에서 손배가압류 문제를 해결하자는 캠페인이 일어난 것은 2014년 초다. 2013년 11월 수원지법 평택지원에서 열린 1심에서 47억원 손해배상 판결을 받은 쌍용차노조를 10만명이 4만7000원씩 모아 돕자는 운동이다. 쌍용차노조 소식을 접한 시민이 4만7000원과 함께 ‘손배소로 고통 받는 사람을 위해 9만9999명이 함께 나서주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노란봉투에 담아 시사주간지 ‘시사인’에 보낸 것이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면서 캠페인으로 이어졌다.
이 캠페인은 손배소와 가압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노란봉투법 입법화 운동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지난 2014년 2월 출범한 시민단체 ‘손잡고’는 손배가압류 문제를 알리는 방법 가운데 하나로 연극 ‘노란봉투’를 제작했다. 극작가 이양구가 쓰고 전인철이 연출한 이 작품은 세월호 참사 직후 온동네가 장례식장이나 다름없이 변해버린 안산을 배경으로 손해배상 가압류로 고통받는 노동자들의 삶을 그리고 있다. 2014년 초연돼 이듬해 ‘한국 연극 베스트 7’에 선정될 정도로 작품성까지 인정받았다. 올해도 광화문 블랙텐트와 대학로 연우소극장에서 재공연됐다.
‘손잡고’가 두 번째 제작에 나선 연극이 ‘작전명: c가 왔다’(5월 25일~6월 11일 대학로 연우소극장)다. 이 작품은 ㈜유성기업, ㈜에스제이엠, 갑을오토텍 등에서 노조 파괴 컨설팅으로 악명 높았던 창조컨설팅의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 이양구가 ‘노란봉투’에 이어 대본을 썼다. ‘노란봉투’가 노동자들의 투쟁과 고통을 보여주는데 주력했다면 ‘작전명: c가 왔다’는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의 시선을 통해 노조 파괴 과정을 보여준다.
‘노란봉투’를 계기로 노동문제를 탐색해온 이양구는 “사회적으로 첨예한 이슈를 소재로 다루되 인간이 가지고 있는 소통의 불가능성이라는 실존적 조건과 거기에서 따라오는 불안의 문제를 함께 다루고 싶었다”고 한다.
다만 연출을 맡은 이동선은 너무나 무거운 소재인만큼 희곡을 블랙 코미디로 각색했다. 이양구의 희곡이 다큐멘터리처럼 노조 파괴 과정을 보여줬다면 이동선은 원작의 극적 상황들을 부조리하고 우스꽝스럽게 바꿔놓았다. 끔찍하고 어이없는 노조파괴가 현실에서 여전히 지속된다는 점에서 웃음이 개운하지 않을 듯하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