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전직 대통령 3명을 법정에 세웠다. 2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서울 서초동 청사 417호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 1차 공판은 헌정 사상 세 번째로 시작된 전직 대통령 재판이다. 앞서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이 문민정부 시절인 1996년 재판을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그 전철을 밟아 불명예를 답습했다.
1. 전두환·노태우 수사는 어떻게 시작됐나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은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집권했던 1995년 10월 비자금 조성 의혹에 휩싸였다. 노 전 대통령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당시 민주당 소속 박계동 전 의원의 폭로가 발단이었다. 검찰은 그해 11월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노 전 대통령을 소환했고, 기업 총수 40여명으로부터 비자금 4100억원을 조성한 사실을 확인했다. 노 전 대통령은 같은 달 16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노 전 대통령은 검찰에 출두하고 구치소에 수감된 사상 첫 전직 대통령이다.
전 전 대통령 역시 검찰 수사 대상이었다. 하지만 그해 12월 서울 연희동 자택 앞에서 짧은 입장을 낸, 이른바 ‘골목 성명’을 통해 검찰 수사를 거부하고 고향인 경남 합천으로 내려갔다. 검찰은 사전구속영장을 발부받은 뒤 전 전 대통령을 합천에서 붙잡아 경기도 안양구치소에 수감했다.
이 과정에서 신군부의 12·12 쿠데타와 5·18 민주화운동 무력진압을 규명하라는 국민적 목소리가 높아졌다. 김 전 대통령은 이런 여론을 반영해 같은 달 5·18 특별법을 제정했다. 그렇게 신군부 수사는 전방위로 확대됐다. 검찰은 두 전직 대통령을 위시한 신군부 핵심 인사 11명을 구속 기소했다.
2. 1심 재판부 전두환 ‘사형’ 노태우 ‘징역 22년6개월’ 선고
검찰은 1996년 1월 전 전 대통령을 반란·내란수괴·내란목적살인·상관살해미수죄·뇌물죄, 노 전 대통령을 반란·내란중요임무종사·상관살해미수죄·뇌물죄를 각각 적용해 기소했다. 1심 공판은 무려 28회에 걸쳐 진행됐다. 그해 8월 전 전 대통령은 사형, 노 전 대통령은 징역 22년6개월을 각각 선고받았다. 두 전직 대통령이 1심 판결을 선고받은 곳은 박 전 대통령의 1심 재판이 시작된 서울중앙지법 청사 417호였다.
당시 파란색 수의를 입고 수인번호 3124번을 붙인 전 전 대통령, 같은 옷에 수인번호 1042번을 붙인 노 전 대통령이 법정에서 손을 맞잡은 순간은 대한민국 역사에서 지울 수 없고, 잊어서도 안 될 중요한 장면이 됐다.
전 전 대통령의 형량은 2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해졌다. 1997년 4월 대법원에서 전 전 대통령은 무기징역과 추징금 2205억원, 노 전 대통령은 징역 17년과 추징금 2628억원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이들은 1997년 12월 김 전 대통령이 ‘화합’을 명분으로 특별 사면하면서 풀려났다. 형량과 다르게 투옥 기간은 2년으로 짧았다.
다만 추징금은 감해지지 않았다. 노 전 대통령은 대법원 선고 16년 만인 2013년 추징금 2628억원을 완납했지만, 전 전 대통령은 여전히 1000억원 넘게 미납했다. 박 전 대통령의 유무죄나 형량은 검찰 특별수사본부와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적용한 혐의 18건을 얼마나 입증하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국민일보 더피플피디아: 전직 대통령 전두환·노태우 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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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