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 박근혜’에 대한 첫 공판은 23일 오전 10시 시작된다. 뇌물수수 등 18개 혐의를 따져야하지만 재판부에 주어진 시간은 길지 않다. 형사소송법에서 피고인의 1심 재판 기간은 기소 당일부터 6개월까지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선고는 오는 10월 16일 전까지 이뤄져야 한다.
◆‘건강상 이유’로 매주 3차례 재판
최순실(60)씨 등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건’ 피고인들에 대한 재판은 지난 1월 첫째주부터 시작됐다. 서울중앙지법은 재판에 앞서 “매주 2~4회 공판기일을 지정해 사건을 신속하게 재판하겠다”고 밝혔다. 검찰 수사 기록이 워낙 방대하고, 관련 증인도 100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돼 ‘시간 싸움’이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 사건이 배당 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매주 월·화요일마다 최씨 관련 사건을, 금요일에 최씨 조카 장시호(38)씨 관련 사건을 진행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을 비롯해 최씨, 장씨, 안종범(58)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48)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김종(56)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관련 사건이 형사 22부에 몰려있다. 광고감독 차은택(48)씨 관련 사건은 심리를 마치고 선고만 앞두고 있다.
재판부는 지난 2일 준비기일에 “매주 4차례 공판을 열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 변호인단이 “박 전 대통령의 건강상 도저히 허락이 안 될 것 같다”고 주장해 ‘주 3회’로 정해졌다. 이에 따라 박 전 대통령은 월·화요일에 이미 진행 중인 최씨의 ‘삼성 뇌물’ 관련 재판을 함께 받는다. 다른 한 번은 최씨와 안 전 수석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재판에 공범으로 선다.
재판부는 “삼성 뇌물 부분은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공소사실이 완전히 똑같고 증인도 거의 비슷할 것으로 보이니 사건을 합쳐서 불필요한 절차를 줄이자”고도 했다. 박 전 대통령 측은 최씨와 공모한 적이 없기 때문에 삼성 관련 부분에 대해서도 처음부터 새로 재판을 받겠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날 최씨와 박 전 대통령의 사건을 합칠지 여부를 밝힐 예정이다.
◆6개월 기한 넘기면 석방… 구속 연장 방법은?
공판은 매주 세 차례지만 적용된 혐의가 18개에 이르기 때문에 증거 조사에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1심 선고가 10월 16일을 넘길 경우 박 전 대통령이 석방된 상태에서 재판이 진행된다. 다만 법원이 기존과 다른 사유로 구속영장을 발부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구속기간이 연장돼 박 전 대통령을 구금한 채 재판을 이어갈 수 있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경우 이런 방법으로 구속기간이 연장돼 구금 8개월 만에 1심을 선고받았다.
1심에서 유죄가 선고돼도 박 전 대통령은 항소할 수 있다. 이 경우 2심은 6개월 안에 이뤄져야 한다. 2심에서도 유죄가 선고되고, 박 전 대통령이 다시 항소하면 최종 판결은 대법원에서 가려진다. 마찬가지로 6개월 안에 진행돼야 한다. 반대로 1심에서 집행유예나 무죄가 선고돼 박 전 대통령이 석방되면 2심 선고까지 기간 제한은 없다. 대법원 선고 시점 역시 유동적이다.
한편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이 늦어지면서 먼저 기소된 차씨와 정 전 비서관,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의 선고 공판은 미뤄지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이 차씨와 공범 관계로 기소됐고, 공소사실도 같아 박 전 대통령의 진술까지 검토해 결론을 내야 한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