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립군’ 백성을 사랑한 광해… 2017년 다시 태어나다

입력 2017-05-22 18:08
영화 '대립군'의 한 장면.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광해가 가진 고민과 열정, 꿈은 아직도 유효하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시대가 반겨줄 좋은 영화가 되길 바라고요. 새로 대통령이 되신 분(문재인 대통령)께서 광해가 못 다 이룬 꿈을 이루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임진왜란 당시를 배경으로 한 영화 ‘대립군’이 지금 이 시대에 어떤 의미를 던지는 작품이 되었으면 하느냐는 물음에 대한 정윤철 감독의 답이다. 백성을 진심으로 위하고 사랑하는, 그리고 기꺼이 그들의 슬픔을 나누어 질 수 있는 왕. 이 영화가 그리는 광해는 그런 지도자다.

오는 31일 개봉하는 ‘대립군’은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명나라로 피란한 임금 선조를 대신해 임시조정 분조(分朝)를 이끌게 된 세자 광해(여진구)가 생존을 위해 남의 군역을 대신 치르던 대립군(代立軍)과 함께 참혹한 전쟁에 맞서는 이야기다.

초반 광해는 혼자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연약한 소년에 불과하다. 그러나 대립군의 수장 토우(이정재)를 만나며 변화한다. 두려움에 덜덜 떨기만 하던 그가 점점 단단하게 성장해나간다. 낮은 이를 살피고 자신을 희생하는 법을 배운다. 성군(聖君)의 길을 걷게 것이다.

그 과정에는 물론 대립군의 일원(김무열 박원상), 호위무사(배수빈), 의녀(이솜) 등 수많은 이들의 희생이 수반된다. 그러나 광해는 결코 그들을 외면하거나 가벼이 여기지 않는다. 함께 아파하고, 호의에 감사할 줄 알며, 본인이 더 베풀 것이 없음에 슬퍼한다.

영화 '대립군'의 주연배우 이정재(왼쪽)와 여진구.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배우들의 호연과 열정으로 탄생한 이 영화는 결국 좋은 지도자란 누구인가, 나아가 좋은 나라란 어떤 곳인가에 대한 답을 어렴풋이 제시한다. 22일 서울 성동구 CGV왕십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윤철 감독은 “진정한 리더가 어떠해야 하는지는 요즘 정치적 상황을 보면 많이 느끼시리라 생각한다”며 “이전과 비교되는 모습들이 마치 영화처럼 펼쳐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조건 ‘나를 따르라’라며 끌고 가는 게 아니라 백성에 가까이 다가가 슬픔을 어루만져주고 억울함이 있으면 같이 싸워줄 수 있는 왕이 이상적이지 않나 싶다”고 했다.

배우 박원상은 좀 더 구체적인 생각을 꺼내었다. 그는 “광해는 행복한 임금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광해 안에는 그를 스쳐간 수많은 백성들이 담겨있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지금의 대통령을 보면서 많은 분들이 행복을 느끼는 이유도 비슷하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서울구치소에 계신 그 분은 불행한 분이 아닐까 싶다”고 얘기했다.

“백성을 아끼고 백성의 말에 귀 기울이는 왕이 백성을 위한 왕이라 생각한다.”(여진구) “(권력은) 만드는 게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소통이라고 생각한다. 아셔야 한다.”(김무열) “(모두가) 같은 사람이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함께 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이정재)

배수빈은 “촬영 당시만 해도 ‘(실제로도) 이런 왕이 나오면 얼마나 좋을까’라며 광해와 같은 왕을 꿈꿨다”면서 “지금의 상황을 보니까 너무나 영화 같은 장면들이 매일 나오고 있어서 얼떨떨하다. 어쩌면 당연한 일들이 이제야 실현됐다. …우리나라도 국민이 사랑할 수 있는 대통령이 쭉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