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적용된 혐의는 모두 18건이다. 그 중 직권남용·강요 혐의는 11건, 뇌물 관련 혐의는 5건이다. 재판에서 이 혐의들을 얼마나 입증하는지에 따라 박 전 대통령의 유무죄 또는 형량이 결정된다.
박 전 대통령은 23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서울 서초동 청사 417호에서 열리는 1차 공판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한다. 지난 3월 31일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에 수감되고 처음으로 국민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법원은 공판 개시 전까지 언론의 사진·방송 촬영을 허가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 1, 2기와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박 전 대통령에게 적용한 혐의는 모두 18건. 검찰 특수본 1기는 지난해 10월 시작한 박 전 대통령 수사에서 8건의 혐의를 적용했다. 수사를 넘겨받은 특검은 지난 2월까지 90일 동안 5건, 검찰 특수본 2기는 지난달 17일 모든 수사를 끝내고 재판으로 넘기면서 각각 5건씩 혐의를 추가했다.
검찰 특수본 1기가 박 전 대통령에게 적용한 혐의는 대부분 직권남용과 강요였다.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강요, 현대자동차에 납품계약 강요 및 플레이그라운드 71억원 광고 발주 압력, 롯데에 K스포츠재단 70억원 추가 출연 요구, 포스코에 펜싱팀 창단 강요, 그랜드코리아레저에 장애인 펜싱단 창단 및 더블루K 계약 강요, CJ 부회장 퇴진 강요미수, 청와대 문건 유출, KT 광고 강요 등이다.
특검은 여기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강요, 강요미수, 공무상비밀누설, 특가법상뇌물수수 및 제3자 뇌물수수 혐의를 추가했다. 삼성이 승마 지원을 명목으로 박근혜정부 ‘비선실세’ 최순실씨에게 수십억원을 지원한 부분은 뇌물죄, 미르·K스포츠재단에 수백억원을 출연한 부분은 제3자 뇌물죄를 적용했다. 또 박 전 대통령이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주도하고, 문화체육관광부 노태강 전 체육국장 등에 대한 부당 인사 및 이상화 KEB하나은행 본부장 승진인사 개입 등을 공모한 것으로 판단하고 직권남용 혐의를 더했다.
검찰 특수본 2기는 박 전 대통령이 최씨와 공모해 신동빈 롯데 회장에게 70억원, 최태원 SK 회장에게 89억원씩 K스포츠재단에 출연하도록 요구한 혐의를 집중 수사했다. 그렇게 박 전 대통령의 뇌물 관련 전체 혐의액은 592억원으로 늘었다. 박 전 대통령의 수뢰 혐의에서 실수령액은 367억원이다. 롯데가 K스포츠재단에 건넸다가 돌려받은 70억원은 실수령액으로 포함돼 제3자 뇌물죄가 적용됐다. 반면 SK그룹의 89억원은 결국 지급되지 않으면서 제3자 뇌물요구죄로 다른 죄목이 붙었다.
검찰 특수본 2기는 또 면세점 신규특허 청탁을 받은 롯데에 K스포츠재단 하남 체육시설 건립비용 명목으로 70억원을 공여하도록 유도한 점 등에서 직권남용·강요 혐의만 적용됐던 1기와 다르게 제3자 뇌물수수 혐의를 추가했다.
다음은 박근혜 전 대통령 혐의 요지
◇재단 출연금 강제 모금
1. 최순실, 안종범과 공모해 2015. 10.~2016. 1. 전국경제인연합회 소속 18개 그룹으로 하여금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 출연금 774억원을 강제 모금하여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강요.
◇개별 기업을 상대로 한 직권남용·강요
2. [현대자동차그룹] 최순실, 안종범과 공모해 2015. 2.~2016. 9. 현대자동차그룹으로 하여금 KD코퍼레이션과 11억원 상당의 납품계약을 체결토록 하고, 2016. 4.~5. 최순실 운영의 플레이그라운드에 71억원 상당의 광고를 발주토록 하여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강요.
3. [롯데그룹] 최순실, 안종범과 공모해 2016. 5. 롯데그룹으로 하여금 K스포츠재단에 하남 체육시설 건립비용 명목으로 70억원을 지급하게 하여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강요.
4. [포스코] 최순실, 안종범과 공모해 2016. 3. 포스코로 하여금 펜싱팀을 창단하여 그 운영권을 최순실 운영의 더블루케이에 주는 것에 합의토록 하여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강요.
5. [KT] 최순실, 안종범과 공모해 KT로 하여금 2015. 10.~2016. 1. 최순실의 지인인 이○○, 신○○을 광고담당 임원으로 채용토록 한 후 2016. 3.~8. 최순실 운영의 플레이그라운드에 68억원 상당의 광고를 발주토록 하여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강요.
6. [그랜드코리아레저] 최순실, 안종범과 공모해 2016. 5. 그랜드코리아레저로 하여금 장애인 펜싱팀을 창단하게 하고, 최순실 운영의 더블루케이를 에이전트로 하는 전속계약을 체결하게 하여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강요.
7. [삼성그룹] 최순실 등과 공모해 2015. 10. 및 2016. 3. 삼성그룹으로 하여금 (사)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6억2800만원을 지원하게 하여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강요.
8. [CJ그룹] 조원동과 공모해 2013. 7. CJ그룹 회장 손경식에게 같은 그룹 부회장 이○○의 퇴진을 요구하였으나 그 뜻을 이루지 못하여 강요미수
◇공무상 비밀누설
9. 정호성과 공모해 2013. 1.~2016. 4. 공무상 비밀을 담고 있는 청와대와 정부부처 공문서 47건을 최순실에게 유출하여 공무상비밀누설.
◇롯데그룹 관련 제3자뇌물수수
10. 롯데그룹이 월드타워 면세점 특허사업자 선정에 탈락하여 2016. 6. 30.로 영업을 종료해야 하는 상황에서, 최순실과 공모해 2016. 3.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으로부터 신규특허 부여 등으로 면세점 영업이 지속될 수 있게 해달라는 등 경영 현안과 관련된 부정한 청탁을 받고, 2016. 5. 롯데그룹으로 하여금 K스포츠재단에 하남 체육시설 건립비용 명목으로 70억원을 공여하도록 하여 제3자뇌물수수.
◇SK그룹 관련 제3자뇌물요구
11. SK그룹이 워커힐호텔 면세점 특허사업자 선정에 탈락하여 2016. 5. 16.로 영업을 종료해야 하고, 케이블 방송업체인 CJ헬로비전 인수 과정에서 경쟁업체들의 반대 등으로 관계당국으로부터 기업결합 승인을 받는 데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최순실과 공모해 2016. 2. 최태원 SK그룹 회장으로부터 경영 현안과 관련된 부정한 청탁을 받고, SK그룹으로 하여금 K스포츠재단 등에 ‘가이드러너 지원사업’, ‘해외전지훈련사업’ 등 명목으로 89억 원을 공여하도록 요구하여 제3자뇌물요구.
◇삼성그룹 관련 뇌물수수
12. [정유라 승마 지원 관련] 최순실과 공모해 20’14. 9.~2016. 7. 삼성그룹 부회장 이재용으로부터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 등을 도와달라는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정유라의 말 구입비 등 승마지원 명목으로 213억 원을 지급받기로 약속하고 그 중 77억 9735만원을 지급받아 뇌물수수.
13.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관련] 최순실과 공모해 2015. 7.~2016. 3. 이재용으로부터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 등을 도와달라는 부정한 청탁을 받고, 최순실이 설립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지원금 명목으로 16억2800만원을 지급하게 하여 제3자 뇌물수수.
14. [재단 지원 관련] 최순실과 공모해 2015. 7.~2016. 1. 이재용으로부터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 등을 도와달라는 부정한 청탁을 받고, 삼성그룹으로 하여금 미르재단(125억원), K스포츠재단(79억원)에 대한 출연금 명목으로 204억 원을 공여하도록 하여 제3자뇌물수수.
◇문화예술계 직권남용·강요
15.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관련] 김기춘, 조윤선, 김상률 등과 공모하여, 2013. 9.~2016. 9. 예술위·영진위·출판진흥원 소속 임직원으로 하여금 지원 심사 과정에 부당개입하게 하여 정부정책에 반대하거나 야당 인사를 지지하는 문화예술계 인사에 대한 지원을 배제토록 함으로써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강요.
16. [문체부 실장 3명 인사조치 관련] 김기춘, 김종덕 등과 공모하여, 2014. 9.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명단(소위 ‘블랙리스트’)에 포함된 인사를 지원대상에서 배제하는데 미온적이라는 이유로 기획조정실장 등 3명의 문체부 실장으로 하여금 사직하게 하여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강요.
17. [문체부 국장 인사조치 관련] 김상률, 김종덕 등과 공모하여, 2013. 3. 대한승마협회 감사업무를 담당한 노○○ 국장 등이 최순실 측에도 문제가 있다는 보고서를 작성하였다는 이유로 노○○을 좌천시킨 후, 2016. 5. 사직하게 하여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강요.
◇하나은행 임직원 인사개입
18. 최순실 등과 공모하여, 2016. 2. 하나금융그룹 회장 김정태로 하여금 최순실이 이재용으로부터 정유라 승마 지원을 받는 과정에서 편의를 제공받았던 하나은행 지점장 이○○를 글로벌 영업2본부장으로 임명하게 하여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강요.
태원준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