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를 둘러싼 ‘미치광이(Nuts)’ 공방전

입력 2017-05-22 00:1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리얼리티 쇼 ‘어프렌티스(사진 왼쪽)’를 진행할 당시 “넌 해고야(You‘re fired)!”라는 유행어를 만들어내며 ‘유명세’를 탔다. 오른쪽 사진은 트럼프에게 ‘해고당한(fired)' 제임스 코미 전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 [어프렌티스 홈페이지, AP뉴시스]

‘해고당한(fired)’ 아들의 아버지가 아들을 해임한 ‘상사'에 대한 격렬한 분노를 드러내면서 서로 상대방을 향한 ‘미치광이(Nuts)’ 공방전에 불이 붙은 모습이다.

  지난 9일(현지시간) 전격 해임된 제임스 코미 전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의 아버지 브라이언 코미(86)는 20일 아들을 해고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나는 그가 미쳤다(he's nuts)고 확신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공화당 소속으로 지방의원을 역임한 브라이언 코미는 이날 ‘노스뉴저지닷컴'에 기고한 칼럼에서 “(공화당원으로서) 그동안 트럼프를 좋아해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그(트럼프)가 보호시설(institution)에서 산다고 생각했다. 그는 대통령이 되기 전에도 미쳤고, 지금도 여전히 미쳐있다”고 주장했다.

코미 아버지의 발언은 트럼프가 코미를 ‘정말 미치광이(nut job)’라 지칭하며 코미에 대한 온갖 ‘뒷담화’를 늘어놓았단 사실을 밝힌 뉴욕타임스(NYT)의 단독 보도 하루 만에 나온 반응이다.

NYT는 전날 트럼프가 코미 전 국장을 전격 해임한 다음 날인 지난 10일 백악관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세르게이 키슬랴크 주미 러시아 대사를 만나 “내가 막 FBI 국장을 해임했다. 그는 미쳤다. 정말 미치광이(nut job)다. 러시아 (커넥션) 때문에 엄청난 압력에 직면했는데, 이제 (한 시름) 놨다”는 변명성 언급을 특종 보도한 바 있다.
[칼 뽑아 든(?) 트럼프…] 취임 이후 첫 순방지로 사우디아라비아를 선택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 가운데)이 20일(현지시간) 사우디 리야드의 무라바 궁전에서 전통적인 칼춤 환영의식에 참가해 칼을 들고 있다. [AP뉴시스]

  한편 미국 조지워싱턴대학 정신의학과 임상 교수인 존 지너 박사는 공적 인물의 심리나 정신을 공개적으로 분석하지 않는 ‘불문율(골드워터 규칙)’을 깨고 트럼프의 정신 상태에 대한 분석을 내놨다.

  지너 박사의 분석에 따르면 트럼프는 기본적으로 확고한 자아를 갖지 못한 동시에, 자기 스스로를 위대하다고 치켜세우는 ‘과대망상증’에 사로잡혀 있는 상태로 나타났다. 지너 박사는 21일 영국 일간 더 타임스에 “(트럼프가)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절대적 권한을 보유 중이고, (그의 이런 성격이) 모두에게 존재의 위협이 되기에 그의 정신 상태에 대한 판단을 공개키로 했다”고 밝혔다.

  트럼프의 과대망상증이나 빈약한 자존감은 ‘역사상 본인이 가장 잘했다’거나 ‘역사상 자기만큼 핍박 받은 전임자가 없었다'는 식의 역사왜곡성 억지 주장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런 왜곡된 성향은 타인을 무시하거나 배려하지 않는 것과도 연결된다고 지너 박사는 꼬집었다. 트럼프는 심지어 공식행사장에 영부인 멜라니아를 뒤에 남겨두고 혼자 먼저 입장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 구설수에 오르곤 했다.
트럼프가 지난 1월 20일 자신의 대통령 취임일에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를 만나러 가며 부인 멜라니아를 뒤에 남겨 놓은 모습. [AP뉴시스]

  앞서 트럼프의 베스트셀러 ‘거래의 기술'을 쓴 대필 작가 토니 슈워츠는 “트럼프가 지배 욕구가 강한 아버지 밑에서 유년 시절을 보내면서 세상과 끊임없이 싸우는 법을 배웠다”면서 “그는 실패가 분명해도 모든 (비즈니스) 거래를 성공으로 간주하고, 아무리 커다란 성공을 거두어도 안식을 얻지 못한다”고 비판한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뉴시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