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 신작 ‘옥자’가 칸에서 공개된 이후 각양각색의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현지 평가에 따라 황금종려상 수상 가능성은 실시간으로 오르락내리락하는 형국이다.
떠들썩한 분위기, 그럼에도 봉준호 감독은 동요치 않는 듯하다. 본인이 하고자 한 이야기를 온전히 해냈다는 만족감만이 그에게서 전해졌다.
제70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옥자’는 19일(이하 현지시간) 진행된 공식 스크리닝에서 첫 선을 보였다. 상영 직후 평가는 “환상적”이라거나 “기대 이하”라는 등 극명하게 엇갈리는 분위기였다.
이튿날 칸영화제 공식 데일리 매거진인 미국 스크린인터내셔널과 프랑스 르 필름 프랑세즈는 이 영화에 각각 평점 2.3점과 2점(4점 만점)을 매겼다. 비교적 높지 않은 점수. 그러나 영국 가디언은 “CG은 장관이고 비주얼은 아름답다”는 찬사를 보냈고, 미국 버라이어티는 “수상권에 들었다”고 호평했다.
‘옥자’는 강원도 산골 소녀 미자(안서현)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동물 친구 옥자(목소리 이정은)를 찾아나서는 이야기다. 인간과 동물의 우정이라는 표면적 주제를 파고 들어가면 이 영화의 진짜 메시지가 드러난다.
옥자는 돼지와 하마 등 여러 동물을 섞은 듯한 외형의 생명체다. 유전자 조작 돼지를 이용한 극비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다국적 기업 미란도 코퍼레이션이 옥자를 노리고, 동물해방전선(ALF·Animal Liberation Front)은 그에 맞선다. 이들 사이에서 미자는 소중한 친구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19~20일 진행된 간담회에서 봉준호 감독은 “이 영화의 중심에는 옥자라는 생명체가 있고, 이 동물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세 그룹이 존재한다”며 “거대한 자본주의 세상에서 이들은 서로 돕거나 맞선다. 옥자를 가족 같이 여기는 미자, 제품으로 보는 미란도, 정치적 이상이자 이데올로기로 삼은 ALF가 충돌하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앞서 ‘옥자’는 칸영화제 초청 및 상영 관련 적잖은 논란을 낳았다.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 넥플릭스가 전액(약 560억원) 투자한 이 영화가 전통적 유통 방식에 어긋난다는 현지 반발에 부딪혔다. 경쟁부문 심사위원장인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은 개막식 당일 “극장에서 볼 수 없는 영화에 황금종려상이 돌아가는 것은 거대한 모순”이라고 말해 파장을 키우기도 했다.
정작 봉준호 감독은 일련의 상황에 개의치 않아했다. 그는 “그분(알모도바르 감독)이 어떤 말씀을 해도 좋다. 그가 ‘옥자’를 본다는 것 자체가 흥분된다. 그의 작품에서 많은 영감을 받아왔다”고 존경을 표했다. 그러면서 “특정 영화를 두고 한 말이 아니라 극장 관람 문화의 소중함을 강조하려는 취지가 아니셨나 싶다. 감독으로서 저도 이해한다”고 덧붙였다.
넥플릭스와 손을 잡은 이유도 속 시원히 털어놨다. 500억원 넘는 예산이 이 영화에 투입되면 한국의 동료·후배 감독이 50~60억으로 만들 수 있는 영화 10여편 제작이 ‘스톱’될 것이란 우려가 있었단다. 애초부터 한국 투자·배급사와는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는 게 그의 말이다.
“‘설국열차’(2013) 때 다른 영화들은 제작에 들어가지 못하고 ‘홀딩’된 상태로 기다렸다고 들었어요. 너무 미안하더라고요. 그래서 ‘옥자’를 만들 때는 처음부터 국내 선·후배 감독들에게 민폐 끼치지 말고 되도록 외국에서 투자받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감독에게 전권을 주고 일절 간섭하지 않은 넷플릭스의 제작 방침에 대해선 만족감과 고마움을 전했다. 봉준호 감독은 “글자 하나 바꾸라는 요구가 없었다. 이런 큰 예산의 영화에 감독이 100% 자유를 갖고 작업할 수 있는 경우는 드문데 크리에이터로서 좋은 기회였다. 넷플릭스의 서포트가 아니었다면 ‘옥자’는 지금과 다른 영화가 됐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영화에는 틸다 스윈튼, 제이크 질렌할, 폴 다노, 릴리 콜린스, 스티븐 연, 지안카를로 에스포지토 등 할리우드 배우들이 참여했다. 변희봉 윤제문 최우식 등 한국 배우들과의 앙상블이 돋보인다. 미자를 연기한 신예 안서현의 활약은 특히 빛난다.
‘옥자’는 오는 6월 29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190개 국가에 공개된다. 한국에서는 NEW의 배급을 통해 극장에서도 개봉된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