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흙수저 신화'… 판자촌 소년이 경제 수장 후보로

입력 2017-05-21 15:38 수정 2017-05-21 16:41
사진=뉴시스

문재인 정부 경제 정책인 ‘J노믹스’를 실현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김동연(사진·60) 아주대 총장은 관가에서 상고 출신의 입지전적 인물로 꼽힌다.

충북 음성 출신인 그는 열한 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청계천 일대 무허가 판자촌에서 생활할 정도로 가세가 기울었다. 덕수상고를 졸업한 열일곱 살 때인 1975년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한국신탁은행에 입행해 가족의 생계와 동생의 학비를 책임졌다. 은행에서 일하면서도 밤에는 야간대학인 국제대(서경대)를 다니며 배움에 대한 갈증을 풀었다.

그는 삶이 바뀐 결정적 계기로 쓰레기통에서 우연히 발견한 고시 잡지라고 한 강연에서 밝혔다. 고시를 보기로 결심하고 죽을 각오로 공부해 1982년 입법고시(6회)와 행정고시(26회)에 연달아 합격했다. 이듬해 3월 경제기획원으로 들어가 32년간의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공직생활 중간에도 그는 배움에 대한 노력을 놓지 않아 1988년에는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 석사를 받았고, 미국 국무부 산하 풀브라이트재단의 지원을 받아 1993년에는 미국 미시간대에서 정책학 박사학위도 취득했다.

명문고·명문대 출신이 즐비한 경제부처에서 그는 특유의 치밀함과 철저함으로 능력을 인정받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 때인 참여정부에서는 기획예산처 산업재정기획단장, 재정정책기획관을 거치며 중장기적 목표와 전략을 담은 ‘비전 2030’ 작성의 실무를 총괄하면서 두각을 나타냈다.

이명박정부에서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 국정과제비서관으로 일하면서 탁월한 기획력과 업무 추진력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업무능력을 인정받은 그는 2011년에는 기획재정부 예산실장, 이듬해엔 기재부 제2차관을 지냈다.

박근혜정부가 출범한 2013년엔 초대 국무조정실장(장관급)에 발탁됐다. 국무조정실장으로 일할 때 백혈병으로 투병하던 장남을 떠나보냈지만 발인 당일 오후 출근했다는 일화가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참여정부부터 이명박정부를 거쳐 박근혜정부까지 그는 탁월한 관료로 인정받아 중용돼 왔다. 승진 때마다 이슈가 됐고 그에게는 ‘고졸 신화’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였다.

2014년 7월 국무조정실장으로 공직생활을 마친 후 2015년 2월부터 대학 총장으로서 아주대를 이끌어 왔다.

그는 국무조정실장 시절 대학생을 대상으로 가진 강연에서 어떻게 어려움을 극복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성취감과 보람을 느낄 것인가라는 질문들을 던진 뒤 해답으로 ‘뒤집어엎는 것, 반란’을 제시했다. 그는 “우선 자신이 처한 환경과 어려움에 반란을 일으키고, 자기 자신에 대해 과감한 반란을 일으키고 그리고 더 나아가 사회에 대한 건전한 반란을 일으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자기 의도와 상관없이 주어지는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무기는 ‘열정’과 ‘낙관적인 자세’”라면서 “이를 통해 돈, 학력, 인맥이 없던 3무(無) 인생이 꿈, 열정, 사회를 변화시키려는 의지·행동을 가진 3유(有) 인생으로 달라졌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김 총장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저성장 민생경제의 위기 속에서 김 총장이 종합적인 위기관리 능력과 과감한 추진력을 갖췄다”면서 “청계천 판잣집 소년가장에서 출발해 국무조정실장까지 역임한 분으로서 누구보다 서민들의 어려움을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인선배경을 밝혔다.

이어 “기획예산처와 기획재정부의 요직을 두루 거치면서 경제에 대한 거시적 통찰력과 조정 능력이 검증된 유능한 경제 관료라는 점에서 경제부총리 적임자다”면서 “위기의 한국 경제를 다시 도약시키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김 후보자는 1957년 충북 음성에서 태어나 덕수상고와 국제대 법학과를 졸업했으며 1982년 입법고시 6회와 행정고시 26회에 합격했다. 1983년부터 경제기획원에서 공직을 시작했고 서울대 행정학 석사, 미국 미시간대 정책학 박사를 받았다. 기획예산처 재정전략실 전략기획관, 산업재정기획단장, 재정전략실 재정정책기획관을 거쳤고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국정과제비서관, 기재부 예산실장, 기재부 2차관, 국무조정실장 등을 역임했다.

이상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