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1일 오전 청와대 정책실장에 장하성 고려대 경영대학원 교수를 임명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임기 때 사라졌다가 4년만에 복원된 정책실장은 일자리와 경제·사회 분야를 총괄하는 직책이다.
장하성 정책실장은 대표적인 사회 참여 지식인이다. 1990년대부터 고려대 교수로 재직하며 한국 자본주의의 개선을 고민해왔다. 1997년 참여연대 경제민주화위원장을 맡은 뒤에는 소액주주 운동 등을 이끌며 민간에서부터 비정상적인 대기업 경영행태를 감시하려고 했다. 특히 삼성전자 주주총회 때마다 참석해 삼성공격에 앞장서 ‘삼성저격수’, ‘재벌 저승사자’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장 실장은 재벌을 비롯한 한국기업들의 불합리한 지배구조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제기하며 천착해왔다. 2006년의 ‘장하성 펀드’도 마찬가지였다. 지배구조가 불투명한 기업의 지분을 인수해 투명한 이사진을 구성하는데 목적을 둔 펀드였다. 재벌 개혁은 장 실장의 핵심 화두였다.
2014년과 2015년에는 ‘한국자본주의-경제민주화를 넘어’, ‘왜 분노해야 하는가’란 제목의 베스트셀러를 잇달아 펴냈다. 한국기업들의 불합리한 지배구조에 대한 문제제기를 넘어서 비정규직 문제, 임금격차와 불평등, 원청·하청으로 얽혀있는 불합리한 산업 구조까지 집어냈다.
문재인 대통령은 오전 11시30분 청와대 참모진 인선발표에서 “장 교수는 한국 사회의 경제적 불평등 문제를 지속적으로 연구해 온 경제학 분야의 석학이자 실천 운동가”라며 “재벌, 대기업 중심 경제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사람, 중소기업 중심으로 경제․사회 정책을 변화시킬 적임자다”라고 밝혔다.
한편 장하성 실장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책실장직 수락 이유를 밝혔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이뤄진 인사들을 보며 이 정부가 국민의 눈높이에서 변화를 일으킬 의지가 있음을 확인했다”며 “사람 중심의 정의로운 경제, 국민들이 함께 잘 사는 대한민국 정부 만들어보겠다”고 전했다.
장 실장은 1953년 전남 광주에서 태어나 서울 경기고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미국 펜실베니아대 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미국 휴스턴대 재무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이후 1990년부터는 고려대 교수로 재직하며 경영대학교 교수, 경영대학장, 경영대학원장 등을 맡아왔다. 1997년에는 참여연대 경제민주화위원장, 2008년에는 한국재무학회장을 맡기도 했다. 2013년 5월에는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소장을 맡았다. 형제로는 누나인 장하진 전 장관(참여정부 당시 여성부 장관)이 있다.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장 실장의 사촌동생이다.
이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