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수 이상민이 SBS 예능 ‘미운 우리 새끼’에 합류하면서 이 프로그램 시청률이 20%에 육박하고 있다. '짠내' 나는 캐릭터지만 점점 이상민을 찾는 프로그램이 많아지고 있다. 이상민이란 브랜드가 이렇게 다시 떠오른 이유는 무엇일까.
1994년 룰라 1집 앨범 ‘Roots of Reggae'로 데뷔한 이상민은 이듬해 ‘날개 잃은 천사’로 각종 차트를 휩쓸면서 '빅뱅'의 GD가 어린 시절 속해 있던 ‘꼬마룰라’까지 등장하는 등 엄청난 인기를 얻게 된다. 수많은 히트곡 중 ‘날개 잃은 천사’ ‘천상유애’ ‘3! 4!’는 지금도 회자되고 있을 정도로 룰라는 당시 가요계에서 커다란 부분을 차지했다.
가수로서뿐 아니라 연예기획자의 길에서도 성공을 거뒀다. 프로듀싱에 재능을 보여 샤크라, 디바, 컨츄리꼬꼬, 샵을 비롯해 엑스라지, 브로스 등 6개 팀을 탄생시켰다. 백지영의 ‘사랑 안 해’ 프로듀싱을 맡은 사실도 얼마 전 밝혀졌다.
과거 그는 회사 직원들을 데리고 전세기를 탔을 만큼 엄청난 부와 명예를 가졌다. 정상의 자리에 올랐지만 회사 부도로 한 순간에 69억여 원 빚을 지게 됐다. 그의 부도와 이혼은 충격적인 뉴스였고 한동안 그를 방송에서 보기 힘들었다.
그런 그가 2012년 Mnet 예능 ‘음악의 신’을 통해 복귀하고 다시 방송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한 지 올해로 6년째다. 한 번 몰락을 경험한 연예인이 재기에 성공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어느 프로그램에 등장하든 '과거'가 꼬리표처럼 따라다니고, 연예인 본인도 그동안 방송에 출연하지 않았기에 변화한 방송 환경에 적응하려면 어려움을 겪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상민의 '능력'은 시간이 지났어도 여전했다. tvN ‘더 지니어스’에서 명석한 두뇌로 훌륭한 게임실력을 선보인 그는 ‘더 지니어스’의 두 번째 시즌 ‘룰브레이커’에서 우승을 차지해 '뇌섹남'의 면모를 뽐냈다.
Mnet ‘음담패설’에서는 전문 분야인 가요, 팝 등 깊이 있는 음악 이야기부터 가십 등 비하인드 스토리를 쏟아내며 시청자 눈에 띄었다. Mnet ‘음악의 신2’에선 걸그룹 C.I.V.A를 선보여 그가 훌륭한 기획자였다는 사실을 웃음으로 상기시켰다.
또 69억원 빚을 졌다는 사실을 감추지 않고 짠내 나는 캐릭터로 변모했다. JTBC ‘아는 형님’에서 그의 별명 ‘현모양처’는 ‘현재 모양이 처량하다’고 개그맨 이수근이 지어주었다.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는 다소 궁상맞지만 나름대로 럭셔리한 라이프를 즐길 수 있는 팁들을 전하면서 '웃픈' 모습들을 보여줬고, '궁상민(궁상+상민)'의 절정은 그가 새롭게 합류한 SBS ‘미우새’에서 드러나고 있다.
채권자의 집 일부분을 빌려 살고 있고, 채권자와 만나 빚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중고시장에 물건을 파는 등의 모습이 방송에서 공개된다는 것은 연예인이 아니더라도 치부를 들키는 일, 자존심이 상하는 일일 수 있다. 그럼에도 자신의 처지를 솔직하게 드러내는 정공법을 택했다.
솔직함과 더불어 파산할 수 있었음에도 자신을 믿고 돈을 빌려준 이들에게 책임을 다하고자 10년 넘게 채무 변제를 이행하고 있는 모습은 시청자들이 방송에서 계속 그를 보고 싶어 하게, 응원하게 만들었다.
먹고살기 힘든 요즘, 화려한 삶의 연예인을 통해 이상을 꿈꾸는 것보다 어려운 현실에서 벗어나려 열심히 노력하는 연예인을 통해 희망을 보려는 이들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가 가진 방송 재능은 여전히 업계에서 높게 평가되고 있다. 솔직함과 성실함, 책임감을 자산으로 '희망의 메시지'까지 더해지면서 이상민이란 브랜드는 다시 떠올랐다.
김지희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