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 노무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모 문화제에서 헌시를 낭독한 영상이 인터넷에서 큰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많은 네티즌은 도 의원의 낭독 영상을 공유하며 눈물을 흘렸다.
20일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에는 ‘도종환 운명 오열하며 낭독-노무현 대통령 서거 8주기’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엔 고 노 전 대통령 8주기 추모 문화제 ‘사람이 사는 세상이 돌아와’에서 도 의원이 헌시 ‘운명’을 낭독하며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담겼다.
도 의원은 이날 가수들의 공연이 끝난 뒤 무대에 올랐다. 무대에 오른 도 의원은 “사랑하는 여러분 고맙습니다. 도종환입니다”라고 인사했다. 인사하는 순간부터 도 의원은 감격한 듯 눈가가 촉촉해졌다.
인사를 마친 뒤 자신이 직접 쓴 시를 낭독하기 위해 마음을 다잡았다. 그러나 헌시 낭독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도 의원의 두 눈엔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도 의원은 “당신이 이겼습니다. 당신으로 인해 우리들이, 우리들이 이겼습니다”라는 마지막 구절에서 감정이 북받쳐 결국 오열했다.
이같은 장면이 담긴 영상은 삽시간에 7만 건이 넘는 조회수와 수백 건의 댓글이 달리며 인기를 끌었다.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화제를 모았다. 영상을 본 네티즌들은 “눈물 난다” “감동적이다” “노 전 대통령이 그립다”는 댓글을 이어갔다.
▶다음은 도종환 의원이 쓴 헌시 '운명' 전문
운명
도종환
당신 거기서도 보이십니까
산산조각난 당신의 운명을 넘겨받아
치열한 희망으로 바꿔온 그 순간을
순간의 발자욱들이 보이십니까
당신 거기서도 들리십니까
송곳에 찔린 듯 아프던 통증의 날들
그 하루하루를 간절함으로 바꾸어 이겨낸 승리
수만마리 새 떼들 날아오르는 날갯짓같은 환호와 함성
들리십니까
당신이 이겼습니다
보고싶습니다
당신 때문에 오래 아팠습니다
당신 떠나신 뒤로 야만의 세월을 살았습니다
어디에도 담아둘 수 없는 슬픔
어디에도 불지를 수 없는 분노
촛농처럼 살에 떨어지는 뜨거운 아픔을
노여움 대신 열망으로 혐오대신 절박함으로 바꾸며
하루하루를 살았습니다
해마다 오월이 오면 아카이아 꽃이 하얗게 지는 5월이 오면
나뭇잎처럼 떨리며 이면을 드러내는 상처
우리도 벼랑 끝에 우리 운명을 세워두고 했다는 걸
당신도 알고 계십니까
당신의 운명으로 인해 한순간에 바뀌어버린
우리의 운명
고통스런 운명을 숙명으로 받아드리며
지금 우리
역사의 운명을 바꾸고 있습니다
시대의 운명을 바꾸고 있습니다
타오르되 흩어지지 않는 촛불처럼
타오르되 성찰하게 하는 촛불처럼
타오르되 순간순간 깨어있고자 했습니다
당신의 부재
당신의 좌절
이제 우리 거기 머물지 않습니다
당신이 이루지 못한 꿈
당신이 추구하던 의롭고 따뜻하고 외로운 가치
그 이상을 그 너머의 별을 꿈꾸고자 합니다
그 꿈을 지상에서 겁탈의 현실 속에서 이루고자 합니다
보고싶은 당신
당신의 아리고 아프고 짧은 운명 때문에
많은 날 고통스러웠습니다
보이십니까
당신이 이겼습니다
당신이 이겼습니다
당신으로 인해 우리들이
우리들이 이겼습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