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의 밀집 수비를 뚫은 감각적인 슛. 이승우는 역시 ‘신태용호’의 보물이었다. 한국이 이승우의 결승골을 앞세워 ‘아프리카 복병’ 기니를 꺾고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16강을 향해 힘차게 진군했다.
한국은 2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A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기니를 3대 0으로 꺾었다.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한 한국은 16강 진출의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 한국은 23일 같은 장소에서 아르헨티나와 2차전을 치른다.
신태용 감독은 4-3-3 포메이션을 꺼내들었다. 최전방에 조영욱, 좌우 측면 공격수로 이승우와 백승호가 출격했다. 중원엔 이상헌, 이진현, 이승모가 포진했다. 수비라인엔 왼쪽부터 우찬양, 이상민, 정태욱, 이유현이 늘어섰다. 골문은 송범근이 지켰다.
기니의 만주 디알로 감독은 팀의 핵심인 나비 방구라와 모를라예 실라를 선발 출전시키지 않았다. 둘의 체력을 비축해 놓았다가 후반에 승부를 걸겠다는 심산이었다. 한국은 경기 초반 신중한 탐색전을 전개했다. 섣불리 공격에 나서지 않고 주도권을 잡기 위해 침착하게 기니을 밀어붙였다. 개인기가 좋은 기니는 잔뜩 움츠린 채 역습 상황에서 개인기로 골을 노렸다. 기니의 공격은 매서웠다. 전반 슈팅을 8개나 날렸다. 한국은 3개에 그쳤다.
기다렸던 한국의 선제골은 전반 36분 이승우의 발에서 나왔다. 탄성이 터질 정도로 기가 막힌 골이었다. 이승우는 기니의 수비벽을 뚫고 돌파해 문전에서 오른발 슈팅을 날렸다. 볼은 상대 선수의 몸에 맞고 굴절되며 골문 왼쪽 상단에 꽂혔다. 한국의 첫 유효슈팅이 골로 연결된 것이다.
기세가 오른 한국은 전반 43분 추가골을 터뜨리는 듯했다. 이승우가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골문으로 쇄도하던 조영욱에게 땅볼 패스를 했고, 조영욱이 가볍게 밀어 넣었다. 하지만 비디오 판독 끝에 이승우가 패스했을 때 볼이 라인을 벗어난 것으로 드러나 골은 무효가 됐다.
0-1로 뒤진 채 후반을 맞은 기니는 라인을 끌어올리고 활발하게 공격에 나섰다. 한국도 공격 축구로 맞불을 놓았다. 기니는 후반 22분 디데 포파나를 불러들이고 실라를 투입하며 분위기 반전을 노렸다. 실라는 기습적인 중거리 슈팅으로 한국 문전을 위협했다.
한국은 후반 31분 추가골을 뽑아냈다. 후반 20분 교체 투입된 임민혁은 골대 정면에서 이승우가 재치 있게 찔러 준 볼을 받아 오른발 슈팅으로 그물을 흔들었다. 한국은 후반 36분 백승호의 추가골로 승기를 굳혔다.
한편 ‘축구 종가’ 잉글랜드는 앞서 열린 A조의 다른 1차전에서 아르헨티나를 3대 0으로 꺾었다. 개인기가 좋은 아르헨티나는 전반 초반부터 적극적인 공세에 나섰다. 잉글랜드는 아르헨티나의 압박과 파상공세에 당황하며 패스 실수를 쏟아냈다. 아르헨티나가 10개의 슈팅을 날리는 동안 잉글랜드는 단 한 개도 날리지 못했다. 하지만 선제골은 잉글랜드의 몫이었다. 전반 38분 잉글랜드의 도미닉 칼버트-르윈은 오른쪽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문전에서 헤딩슛으로 연결해 그물을 흔들었다. 잉글랜드의 첫 슈팅이 골로 연결된 순간이었다. 후반 9분 잉글랜드의 아담 암스트롱은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추가골을 터뜨렸다. 잉글랜드는 후반 추가시간 도미닉 솔란케의 페널티킥으로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이날 후반 32분 아르헨티나의 라우타로 마르티네즈가 중원에서 잉글랜드 피카요 토모리와 볼 다툼을 벌이다 팔꿈치로 토모리의 얼굴을 쳤다. 토모리는 얼굴을 감싸며 쓰러졌다. 경기가 중단됐고, 비디오판독이 이뤄졌다. 반칙 장면을 보지 못했던 주심은 비디오 판독 전문 심판진의 통보를 받고 마르티네즈에게 레드카드를 내밀었다. 마르티네스는 오는 23일 한국과의 2차전에 나설 수 없게 됐다. 이번 대회에선 비디오 판독이 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베네수엘라는 이날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조별리그 B조 1차전에서 독일을 2대 0으로 꺾는 이변을 일으켰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