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교수와 소아흉부외과 김용진, 임홍국 교수 연구팀이 돼지심장 외막조직으로 폐동맥 인공심장판막 및 스텐트를 만들어 산업화 단계에 진입했다고 19일 밝혔다.
연구팀이 개발한 자가 팽창형 폐동맥 인공심장판막과 스텐트는 아직 상용화된 제품이 한 개도 없는 상황이다. 현재 한국과 미국, 중국이 시장 선점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따라서 연구팀의 심장판막과 스텐트가 산업화될 경우 수입대체효과가 개당 수천만 원에 이르고, 우리 의료기술의 세계화 및 국부창출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2004년 보건복지부에서 지원한 바이오이종장기사업단을 통해 돼지와 소의 심장 외막을 이용한 인공심장판막 개발을 시작했다.
그리고 후유증이 큰 가슴을 여는 수술 대신 간단한 시술로 판막을 이식하기 위해 국내 의료기기 회사 ㈜태웅메디칼과 손잡고 스텐트 개발도 동시에 추진했다.
새 심장판막은 그동안 임상시험 연구결과 이종이식의 문제점인 면역거부반응이 ‘제로(0)’에 가까운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 판막을 2011년부터 동물에 이식해왔으며,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2015년 7월)를 받아 2016년 2월 첫 임상시험에 돌입했다. 그리고 10년이 넘는 긴 여정 끝에 지난해 10월 10번째 환자에게 성공적으로 판막을 이식하고, 최근 6개월간 추적 관찰을 통해 별 문제가 없다는 것도 확인했다.
폐동맥판막은 우심실이 폐동맥으로 혈액을 뿜어낼 때 혈액이 우심실로 역류하는 것을 막아준다. 이 기능에 문제가 생기면 혈액의 역류가 나타나 심장의 펌프기능에 부담을 주고, 결과적으로 심장이 신체에 혈액을 충분하게 공급하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
이번에 임상시험에 참가한 판막질환 환자 10명은 6개월의 추적관찰 기간 동안 심각했던 역류가 최소화됐으며, 면역거부반응도 나타나지 않았다. 역류가 거의 사라지면서, 우심실의 부피도 평균 32.1%나 줄었다.
또한, 가슴을 여는 수술 대신 스텐트 시술로 판막을 이식해, 중환자실을 거치지 않고 일반병실에서 4일 내에 퇴원했으며, 이식으로 인한 특별한 합병증도 나타나지 않았다.
최근 인공심장판막 치료는 피부정맥에 도관을 삽입하고 도관을 따라 판막을 감싼 스텐트를 판막 부위에 이식하는 시술이 주목받고 있다.
현재 고령층의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를 대상으로 미국 등 선진국에서 개발된 타비(TAVI)라고 불리는 자가확장형 인공심장판막-스텐트가 상용화되어 있다. 연구팀이 개발한 스텐트와 판막은 폐동맥판막 질환에 특화돼 있다는 점이 이 타비와 다른 점이다.
김기범 교수는 “정부 지원과 수많은 우리 의료진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토종 판막이 한국의료의 위상을 한층 높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