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캠프' 최소 18번 러시아와 비밀접촉…"마녀사냥" 반발

입력 2017-05-19 08:05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지난해 미국 대선 당시 도널드 트럼프 캠프의 인사들이 최소 18차례 러시아 관리들과 비밀접촉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의회전문 매체인 더힐은 18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을 인용해 '러시아 내통' 의혹으로 경질된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트럼프 측 인사들이 대선 전 7개월간 러시아 관리들과 18차례 전화나 이메일을 주고 받았다고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은 전·현직 미국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18차례 접촉' 사실을 전했다. 이 중 6차례는 세르게이 키슬야크 주미 러시아 대사와의 통화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은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취임하기 전인 지난해 12월 키슬야크 대사와 미국의 러시아 제재 해제를 논의한 사실이 알려져 파문이 일었다.

플린과 키슬야크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을 앞두고 트럼프 측과 러시아 간 물밑채널을 가동하는 방안도 논의했다고 전·현직 미국 관리들은 전했다. 트럼프 측과 러시아 관리들 간 접촉은 지난해 4월부터 11월까지 이어졌다. 접촉을 통해 다뤄진 내용은 미국과 러시아 간 경제관계 개선, 이라크와 시리아에서의 이슬람국가(IS) 격퇴 등이었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미국 법무부는 17일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의혹을 조사할 특별검사에 로버트 뮬러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임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자신의 선거캠프와 러시아와의 밀착설을 부인해 왔다. 트럼프대통령은 18일 트위터에 특별검사 임명과 관련해 자신이 마녀 사냥을 당하고 있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트위터에 "(힐러리) 클린턴 캠프와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 일어난 모든 불법 행위에는 특검이 한 번도 임명되지 않았다. 이번 일은 단건으로는 한 정치인에 대한 미 역사상 최대의 마녀사냥(single greatest witch hunt of a politician)"이라는 글을 올렸다.

연방수사국(FBI) 국장 출신의 '강골'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가 지위고하를 막론한 고강도 수사에 돌입할 예정인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마녀사냥'이라고 비판하면서 수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거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요 방송사 앵커들과 한 오찬에서도 "특검 수사는 대선에서 패배한 민주당의 순전한 변명,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며 특검이 자신을 흔들기 위한 정치적인 동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특검 수사가 나라를 심하게 망치고 미국의 분열된 모습을 노정시킬 것"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또 "무역협상과 군사, 핵 저지 등 지금 당장 해야할 중요한 일들이 있다"며 특검이 국정 현안을 모조리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것을 우려한 뒤, 국정이 다시 원활히 돌아가도록 특검수사가 신속하게 진행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격앙된 반응은 전날의 성명이나 특검을 통보받았을 때의 차분한 첫 입장과는 사뭇 대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성명에서 "철저한 수사를 통해 내 선거캠프가 어떤 외국 기관과도 내통하지 않았다는,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 확인될 것"이라면서 "이 문제가 신속하게 결론이 나기를 고대한다"고 밝혔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로드 로즌스타인 법무부 부장관은 특검 발표 30분 전에 도널드 맥간 백악관 법률고문에게 전화로 특검 임명 계획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내통 논란으로 이 사건에서 손을 뗀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도 특검에 대해 전혀 통보받지 못했다.

실제 로즌스타인 부장관은 전날 성명에서 "법무장관 대행으로서의 내 능력에 따라 특검을 임명하는 것이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결정을 했다"며 백악관이나 세션스 장관과 상의 없이 자신이 독단으로 특검 임명을 결정했음을 밝혔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