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장선욱] 눈물과 감동의 무대가 된 5·18기념식
입력 2017-05-18 17:36 수정 2017-05-18 18:44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18일 오전 광주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5·18민주화운동 제37주년 기념식은 환호와 눈물이 뒤섞인 축제 분위기 속에서 성대하게 치러졌다. 2009년 이후 8년 만에 5·18을 상징하는 민중가요 ‘임을 위한 행진곡’을 참석자 전원이 손을 맞잡고 힘껏 제창했다.
취임 이후 첫 국가기념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은 5월의 피와 혼이 응축된 ‘임을 위한 행진곡’은 5·18정신 그 자체라고 시대적 의미를 부여했다. 그동안 이 노래의 제창을 둘러싼 갈등으로 파행을 거듭하던 기념식은 전율과 감동이 가득한 무대가 됐다.
새 정부 주관의 첫 기념식이 여·야 정치권 인사 등 1만여 명이 운집한 가운데 진행되는 동안 광주시민들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10년과 비교하면 천지개벽이나 다름없다”며 불과 1년 전과 판이하게 달라진 현실을 반겼다. 역대 최대라는 규모도 그렇지만 현직 대통령과 4부 요인, 각 정당대표, 보훈처장, 5월 단체 대표 등이 함께 헌화·분향한 것도 색달랐다. 세월호 유가족과 성주 사드 대책위원, 4·19혁명을 비롯한 주요 민주화운동 단체들까지 함께 한 기념식은 진정한 국민통합의 이정표를 제시했다.
다양한 문화행사에다 초청장·비표가 없어도 누구나 기념식장에 들어올 수 있게 한 점도 올해 5·18 기념식의 의미를 더했다. 기념사 등 딱딱한 연설 위주로 20여분 만에 싱겁게 끝나던 기념식은 5·18 유족들이 참여한 기념공연으로 50여분간 이어졌다. 1막 슬픈 생일, 2막 그대와 꽃피운다, 3막 상록수로 나뉜 공연이 차례로 선보이자 참석자들은 하나 둘씩 손수건을 꺼냈다.
1980년 5월18일이 자신의 생일이자 아버지 기일인 김소형(37·여)씨가 무대에 올라 추모사를 낭독한 뒤 문 대통령과 포옹한 장면은 이날의 하이라이트였다.
그동안 ‘임을 위한 행진곡’의 제창을 막아왔던 국가보훈처는 올해 5·18기념식을 앞두고 5월 정신을 계승하자는 현수막을 전국 곳곳에 내걸어 9년간 이어졌던 논란의 종지부를 찍었다. 광주시민들은 “편가르기와 갈등을 떨쳐내고 온 국민이 통합된 5·18기념식을 치렀다”며 감격스러워 했다. 이제 남은 것은 불행한 역사의 반복을 막기 위해서라도 5·18발포명령자 등을 법의 심판대에 세우는 일이다. 비뚤어진 현대사를 바로세우겠다고 5월 영령들 앞에서 천명한 문 대통령의 약속을 광주는 지켜보고 있다.
광주=장선욱 사회2부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