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셰우 테메르 브라질 대통령이 위기에 놓였다. 에두아르두 쿠냐 전 하원의장에게 돈을 주고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막으려 한 정황이 드러났다. 지난 8월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이 탄핵된 데 이어 또 다시 탄핵 정국을 맞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브라질 언론 ‘오 글로부(O Globu)’는 “테메르 대통령이 돈으로 쿠냐 전 의장을 입막음했다”고 보도했다. 쿠냐 전 의장은 호세프 전 대통령의 탄핵을 이끌었던 인물이다. 지난해 10월 부패 혐의로 체포되자 “호세프 탄핵 관련 기록을 공개하겠다”면서 테메우 정부를 협박했다. 브라질 국영 석유회사 페트로브라스의 부패 스캔들에 연루된 정치인들을 언급하며 “이들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알고 있다”고 밝힌 적도 있다.
이번 의혹은 육가공 업체 JBS 임원이 제공한 녹음테이프에서 시작됐다. JBS는 위생검역 담당 공무원들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로 재판을 받는 중이다. 검찰 측과 형량을 협상하면서 JBS 임원이 테메르 대통령과의 대화가 담긴 녹음테이프를 검찰에 넘겼다. 이 테이프에는 JBS 임원이 “쿠냐 전 의장에게 돈을 주며 입막음하고 있다”고 말하자 테메르 대통령이 “계속하라”고 대답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전해졌다. 정확히 어떤 내용을 입막음한 것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테메르 대통령 측은 의혹을 부인했다. 그는 “지난 3월 JBS 임원을 만나기는 했으나 쿠냐 전 의장의 입을 막으려 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보도는 사실이 아니며 이와 관련해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브라질에서는 탄핵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상파울루와 브라질리아 등지에서 “테메르 물러나라”는 현수막을 든 시위대가 거리로 나섰다. 국회에서도 야당 의원들은 곧바로 탄핵을 요구했다. 테메르 대통령이 자진 사퇴하고 다시 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브라질 주요 언론들은 “돌이킬 수 없는 지점에 다다랐다”며 이번 보도를 비중 있게 다뤘다.
이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