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덕수궁서 19일 친일문학 비평 문학행사 개최

입력 2017-05-18 11:40
“장하도다/ 우리의 육군 항공 오장 마쓰이 히데오여/ 너로 하여 향기로운 삼천리의 산천이여/ 한결 더 짙푸르른 우리의 하늘이여”

일제강점기인 1944년 12월 9일자 매일신보에 게재된 미당 서정주(1915~2000)의 시 ‘마쓰이 오장 송가’의 일부다.
  제2차 세계대전 때 폭탄이 장착된 비행기를 몰고 미군 군함 등으로 돌진하는 자살 공격을 감행한 일본군 가미카제 특공대원으로 출격했다 실종된 조선인 청년을 찬양한 내용이다.

당시 유명 시인과 작가들 중에는 이처럼 일본제국주의를 찬양하고 태평양 전쟁 참전을 고무하는 등의 작품을 쓴 이들이 적지 않았다. 일제 치하에서 신음하던 동족의 등에 비수를 꽂은 배신과 치욕의 역사였다.

서울시가 ‘그때 시가 있었네-친일문학을 처음 읽다'란 문학행사를 19일 오후 7시 덕수궁 함녕전 앞마당에서 개최한다고 18일 밝혔다.
 2019년 3·1운동 100주년, 대한민국 100주년을 맞아 친일문학의 역사적 의미를 짚어보고 부끄러운 역사를 기억하자는 취지에서 마련한 행사다.

최원정 KBS 아나운서의 사회로 열리는 이 행사 1부에서는  서정주의 ‘마쓰이 오장 송가'를 비롯해 일제를 찬양하는 글을 일본어로 쓴 이광수의 ‘전망', 태평양 전쟁 시기 참전을 고무하는 최남선의 ‘나가자 청년학도야', 노천명의 ‘신가파 함락’, 모윤숙의 ‘어린 날개-히로오카 소년 항공병에게’ 등을 낭송하고 당시 문학이 어떻게 친일을 했는지를 살펴본다.

전 한국인권재단 이사장인 고광헌 시인과 황인찬·장수진 시인, 위안부 할머니를 위한 활동으로 알려진 대학샘 김샘씨가 낭송할 예정이다.

2부에서는 항일문학으로 동시대 다른 길을 걸었던 독립운동가 이육사 시인의 시를 낭송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이어진다. 이육사 시인의 유일한 혈육인 딸 이옥비 여사와 가수 안치환이 ‘광야' ‘절정’을 낭송하고 이육사의 삶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다.

서해성 3·1운동 100주년 서울시 기념사업 총감독은 “일제가 우리 청년학생들을 전선으로 내몰 때, 그 때 친일 시가 있었다”며 “다시는 그 모욕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친일문학을 읽는 행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행사가 열리는 덕수궁 함녕전은 일제에게 쫓겨난 고종이 승하한 곳이며, 덕수궁 대한문은 3·1운동의 현장이다.

라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