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한 소망은 문재인 정부의 시민되는 것'
문재인 대통령을 도와 정권교체의 문을 열었지만 자리를 맡지 않고 '2선 후퇴'한 친문 인사 2명이 최근 회동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처럼 두 사람은 술을 마셨고 어깨동무를 한 채 노래를 불렀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후회 없이 꿈을 꾸었다 말해요"라는 가사였다.
소문상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은 18일 페이스북에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과 노래방에서 찍은 사진 1장을 올렸다. 양정철 전 비서관이 손에 마이크를 쥐고 있다. 입 모양을 보니 노래를 한창 부르는 중이다. 어깨동무한 소문상 전 비서관의 두 뺨은 빨개져 있다. 그는 화면을 응시하면서 옅은 미소를 지었다.
두 사람은 이날 6개월 만에 만나 폭음했고, 가수 전인권의 '걱정 말아요 그대'를 불렀다고 한다.
소문상 전 비서관은 노래방 사진을 새벽 2시30분쯤 페이스북에 올리며, 짧은 글도 썼다.
"이른 새벽이다.
양정철, 내 벗과 6개월 만에 술을 마셨다.
오랜만에 폭음했다.
서로 말을 건네지 않았다.
벗의 마음 나도 알고,
벗도 나의 마음을 알 것이다.
노랫말은
그대여 아무 걱정하지 말아요로 시작했다."
두 사람은 문재인정부에서 직책을 맡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대통령 곁을 떠났다.
양정철 전 비서관은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로 분류되는 '3철(양정철·이호철·전해철)' 중 한 명이다. 청와대 총무비서관에 거론됐지만 결국 인사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양정철 전 비서관은 16일 새벽 지인들에게 "그분과의 눈물 나는 지난 시간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하고 이제 저는 퇴장한다. 제 역할은 딱 여기까지"라는 글을 남겼다.
대선 기간 선거전략 기획의 핵심 역할을 담당한 것으로 알려진 소문상 전 비서관도 '생업'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그는 16일 페이스북에 문재인 대통령 당선 확정 당시 지인에게 보낸 문자를 공개했다. 요즘 근황을 묻는 많은 이들에게 한 대답이었다.
소문상 전 비서관은 "정권교체를 통해 새 판을 짜야 한다고 생각했고, 잠시 생업을 미루고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에 나섰다.몇 번의 고비는 있었지만 국민의 절박함과 이를 천명으로 받아들였던 문재인 후보의 간절함 덕분에 승리할 수 있었다"면서도 "시작할 때부터 제 유일한 소망은 문재인정부의 시민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소문상 전 비서관의 문자는 '문재인 자원봉사자 소문상 배상'으로 끝을 맺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