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원·박기순 영혼결혼식에 헌정됐던 '임을 위한 행진곡'

입력 2017-05-18 10:12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 없이
한 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동지는 간 데 없고 깃발만 나부껴
새 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

‘임을 위한 행진곡’이 돌아왔다. 18일 오전 10시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거행될 5·18 민주화운동 37주년 기념식에서 참석자 모두가 이 노래를 불렀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공약했다.

9년 만이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5·18 민주화운동이 정부기념일로 제정된 1997년 이후 2008년까지 제창해 왔으나 이명박정부 때인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원하는 사람만 따라 부르는 합창 형식으로 불렸다. 당시 국가보훈처는 이 노래가 국론 분열을 일으킨다는 이유로 제창을 허락하지 않았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1982년 4월 5·18 2주기를 앞두고 만들어졌다. 김종률 현 광주문화재단 사무처장이 작곡했고, 황석영 작가가 가사를 썼다. 이 노래는 5·18 민주화운동 때 전남도청을 지키다 사망한 시민군 윤상원씨와 노동운동가 박기순씨의 영혼 결혼식에 헌정한 노래다. 이후 5·18 민주화운동을 상징하는 곡이 됐고, 당시 독재정권에 항거하던 대학생들이 시위 때마다 부르는 민중가요로 자리를 잡았다.

‘임을 위한 행진곡’의 어떤 점이 국론 분열을 낳는다는 거였을까. 이 노래를 반대하는 측은 가사와 작사가의 이력을 문제로 지적한다. ‘임을 위한 행진곡’ 가사에는 ‘임’과 ‘새 날’이 등장한다. 여기서 ‘임’은 북한 김일성·김정일 부자이며, ‘새 날’은 적화통일을 의미한다는 것이 반대 쪽 설명이다. 이들은 황석영 작가의 방북 이력도 문제 삼았다.

하지만 이는 지나친 확대해석이란 반론이 거셌다. 이 노래를 작곡한 김종률씨에 따르면 당시 황석영 작가는 백기완 시인의 ‘묏비나리’에서 영감을 얻어 가사를 썼다. 묏비나리 구절 중 일부인 “벗이여, 새 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라…산 자여 따르라 산 자여 따르라”에서 가사를 따온 것이다. 

또 황석영 작가가 방북한 때는 이 가사를 쓴 지 7년이 지난 1989년이었다.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노래인데, 반대 측이 왜곡된 해석을 담았고 과거 정부에서 그 논리를 일부 수용했던 것이라고 찬성 측은 말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광주를 방문해 ‘임을 위한 행진곡’을 5·18 민주화운동 기념곡으로 지정하겠다고 했다. 기념곡 지정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아직 많다.

손재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