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 대전고 100년 역사가 한국을 지탱했다

입력 2017-05-18 09:37
대전고 전경

대전고등학교가 개교 100주년을 맞았다.

대전고 총동학회는 오는 20일 재학생과 동문, 지역주민 등 3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교정과 충무체육관에서 개교 100주년 기념행사를 연다.

오전엔 교정에서 100주년 기념 조형물 제막식과 기념 사료전시회 행사 등을 연 뒤, 해군 군악대·의장대와 함께 충무체육관까지 대규모 퍼레이드를 펼친다.

오후엔 충무체육관에서 3시간여 동안 100년 역사를 축하하는 큰북쇼와 초청가수 공연, 비전선포식, 발전기금 전달식 등이 이어진다.

대전고 총동창회는 100주년을 맞아 지역 저소득층에게 써달라며 1억원의 성금을 대전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탁했다.

대전고의 역사는 한국근대사의 축소판이다.

1917년 관립 경성중학교 대전분실로 개교한 대전고는 중부권 최고 명문고이다. 일제의 일본인 자녀를 위한 고등교육 기관 필요성에 의해 태동된데 이래 겪은 대전고의 굴곡진 역사는 한국근대사회의 아픔을 담은 축소판이다.

대전고는 미군정 6년제를 거쳐 1950년 5월 25일 학제개편으로 3년제 현재의 대전고와 대전중으로 분리됐다. 그러나 일주일후 터진 한국전쟁으로 제대로 학교를 다니지 못하고 전시학교체제로 운영되다가 1951년 8월31일자로 재인가 받아 새출발하게 됐다.

교훈은 '순결·진실·용기'이다. 지헌영 작사 조광혁 작곡의 교가, 삼색선의 교표와 '대능(大稜)'이라는 교지를 만들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대능은 크고 휼륭하게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모습이라는 뜻으로 대전고를 상징하는 단어다.

1960년엔 이승만 정권의 부정선거에 맞서 대전고 1학년과 2학년 학생 1000여명이 대규모 시위를 주도한 지역최초의 민주화운동인 3·8민주의거를 일으킨다. 이 사건은 대구 2·28의거와 함께 전국 학생 시위의 도화선이 됐다.

졸업생 3만9000여명을 배출한 대전고는 인재배출의 요람이다.

대전고는 과거 한 세기 동안 정치, 경제, 사회, 언론 분야 등 각계에서 한국사회를 이끄는 수많은 인재들을 배출했다.

나웅배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을 비롯해 이동호 전 내무부장관, 이규성 전 재정경제부 장관, 강철규 전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등 50여명이 고위공직자로 중앙행정무대에서 국가발전에 헌신했다.

정황근 농촌진흥청장, 권용현 여성가족부 차관, 여형구 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 사무총장 등이 현직에서 활동 중이다.

심대평 전 충남도지사, 홍선기 전 대전시장, 유한식 전 초대 세종시장, 박성효 전 대전시장 등이 민선 광역단체장을 역임했고, 현 권선택 대전시장도 동문이다.

박병석·이명수·유민봉·최명길·정용기·이장우·김용태 졸업생은 현직 국회의원으로 활동중이다. 이밖에 천영성·이인구·박준병·심대평·강창희·이진삼·어준선·이재환·송천영·최상진·김범명·이양희·김원웅·오효진·송병대·박상돈·김태원·김창수·김성호·이운룡 등 국회의원 배지를 단 동문만 30여명에 달한다.

특히 강창희 전 의원은 국회의장을 역임했고 김창준 동문은 미국에서 하원의원으로 정치활동을 했다. 인명진 동문은 최근까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활동했다.

교육계에서는 조완규 전 서울대 총장과 송자 전 연세대 총장을 비롯해 신극범·오응준·강철규·고현욱·송용호·한승희·정상철·송광용·임용철·정상철·서만철·우형식 졸업생등이 전국 각 대학의 총장을 맡았다.

현직으로는 구기헌 상명대 총장, 송하영 한밭대 총장, 윤여표 충북대 총장, 이종서 대전대 총장 등이 활동중이다.

법조계에선 김종구 전 법무부장관과 김각영 전 검찰총장을 비롯해 신정철·안경상·가재환·임대화·조용무· 김수장·송인준·이규홍·유창종·황인행·고현철·오세빈·조승식·신영철·이인복 졸업생 등이 법원장, 대법관, 헌법재판관, 검사장 등으로 맹활약했다. 안창호 헌법재판관과 권순일 대법관이 현직에서 활동중이다.

경제계에선 신복영 전 한국은행 부총재를 필두로 배찬병 전 상업은행장, 천진석 전 하나증권 대표이사, 박해춘 전 우리은행장 등을 배출했고, 현직으로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으로 활동중이다.

재계에선 고 이인구 계룡건설 명예회장, 박종윤 세창 회장, 이내흔 전 현대건설사장, 이의범 SG그룹 회장, 이종성 전 충남방적 회장 등이 있다.

국방부문에서는 박원석 전 공군참모총장 박준병 전 국군보안군사령관, 나중배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박준근·김충배 전 육사교장, 송영무 전 해군참모총장, 김현집 전 한미연합사부사령관 등 60여명의 장성을 배출했다. 장명진 방위사업청장과 황인무 국방부차관은 현직에서 활약중이다.

언론계에선 최준명 전 한국경제신문 사장을 비롯해 심상기 서울문화사 회장, 정구종 전 동아일보 편집국장, 윤후상 전 한겨레 편집국장 등이 대전고 출신이다.

100년 역사를 가진 명문고교답게 대전고 동문들의 모교 및 후배사랑은 현재진행형이다. 정기총회와 모교 방문의 날이 열리는 매년 5월 셋째 주 토요일에는 전국 각지에서 1500여명의 동문들이 모여 우의를 나누는 전통이 계속되고 있다.

매년 10월에는 전국 2000여명의 동문들이 참여하는 대능가족 동반대회가 열린다. 12월에 개최되는 송년의 밤은 한해를 마무리하는 행사로 모교의 명예를 높인 동문에게 '올해의 대능인상'을 시상한다.

신현일 대전고 총동창회장은 "지난 100년간 지역을 넘어 국가발전을 이끌어갈 인재를 육성하는 교육 요람으로서 충청을 대표하는 명문고로 역할을 다해왔다"며 "새로 시작되는 100년 또한 자랑스러운 대전고를 만드는 데 동문모두 정성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정재학 기자 jh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