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학서(71) 신세계 그룹 고문이 17일 이화여대 경영대학 특강에서 ‘촛불로 바뀐 정권은 우매한 민중이 이끄는 민주주의다’라고 언급해 학생들이 대거 강의실을 빠져 나가는 일이 발생했다.
이날 이대 학내 커뮤니티에는 경영대 ‘경영정책’ 수업의 일환으로 진행된 구 고문의 특강에 참여했던 학생들이 글이 올렸다.
학생들의 글에 따르면 구 고문은 이날 플라톤을 인용하며 “2400년 전에 우매한 군중에 의해서 이끌어지는 민주주의는 민주주의가 아니라고 했는데, 지금도 되풀이되고 있다. 촛불로 바뀐 정권은 우매한 민중이 이끄는 민주주의”라고 발언했다.
구 고문은 또 한·일 위안부 합의와 관련해 “일본은 한번 정한 일은 번복하지 않는데 우리나라는 자꾸 번복한다. 위안부 합의도 번복하려고 하는데 국민성의 문제다”고 말했다. 이어“양국 장관들이 만나서 합의한 내용인데 왜 국민들이 다시 합의하라고 하느냐”고 발언해 학생들의 공분을 삿다.
강의를 듣던 학생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한 학생이 위안부 관련 발언에 대해 항의하자 구 고문은 “개인 의견은 다를 수 있는데 왜 생각을 말한 것 가지고 뭐라고 하느냐”고 답변했다. 이에 대부분의 학생들은 강의실을 빠져나가며 수업을 거부하며 특강은 예정된 시간보다 일찍 마무리됐다.
구 고문이 “낮에 골프장 가면 여자들끼리 오는 나라는 한국뿐, 호텔 레스토랑도 다 여자뿐”이라며 여성 비하적 발언을 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구 고문은 이대 경영대 CEO 겸임교수로 10년 넘게 특강을 해왔다. 김성국 이대 경영대학장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구 고문의 발언은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었다고 판단한다”며 “앞으로 구 고문에게 강연을 요청하지도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세계 그룹 관계자는 “구 고문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지 오래라 회사가 뭐라 할 부분은 아니다"고 밝혔다.
구 고문은 1972년 삼성그룹 공채 13기로 입사했다. 그는 삼성그룹 비서실 관리팀 과장, 제일모직 본사 경리과장, 삼성전자 관리부 부장 등을 거친 뒤 1996년 신세계 경영지원실 전무가 됐다. 1999년 신세계 대표이사로 발탁된 이후 10년간 최고경영자(CEO)로 정용진 부회장을 도와 신세계 경영을 책임진 바 있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