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법무부와 대검찰청에 감찰을 지시했다.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의 ‘돈봉투 만찬’ 의혹이 제기된 지 이틀 만이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17일 춘추관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이 ‘돈봉투 만찬’ 사건을 엄정히 조사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윤 수석은 “이 지검장과 안 국장이 격려금을 건네는 과정에서 청탁금지법 위반 여부, 격려금의 출처, 법무부·검찰 특수활동비의 적법한 사용 여부 등을 조사할 것”이러고 강조했다. 문재인정부 핵심 과제인 검찰개혁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한겨레는 지난 15일 이 지검장이 박근혜정부 국정농단 사건 수사를 담당했던 서울중앙지검에서 노승권 1차장을 비롯한 부장검사들과 함께 안 국장 등 법무부 검찰국 과장들과 지난달 21일 서울 서초동의 한 음식점에서 저녁식사 자리를 가졌다고 보도했다. 같은 달 17일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불구속 기소한 지 나흘만이다.
이 지검장은 특수본 본부장이었다. 우 전 수석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 후 곧바로 불구속 기소해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난 여론에 휩싸였다. 안 국장의 경우 지난해 8월부터 우 전 수석과 1000여 차례 통화한 것으로 알려져 ‘수사 무마’ 의혹이 제기되고 있었다.
이 지검장은 저녁식사 자리에서 법무부 과장 2명에게 100만원씩, 안 국장은 검사들에게 70만~100만원씩 각각 격려금을 지급했다고 한겨레는 보도했다. 윤 수석도 이런 내용을 문 대통령의 감찰 지시를 전하면서 언급했다.
검찰과 법무부는 언론 보도 이후 “사려 깊지 못했다”면서도 법적 문제는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법무부 관계자는 “검찰 행정과 관련해 주요 수사가 끝난 뒤 예산항목과 집행규칙에 맞게 수사비 지원 차원에서 집행한 것”이라며 “종종 있었던 일”이라고 말했다. 검찰 특수본 관계자는 “이 지검장이 검찰 후배를 격려하는 차원에서 저녁 모임을 가진 것”이라며 “안 국장은 검찰 내사 또는 조사 대상이 아니었다고”고 했다.
하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다른 목소리가 나왔다. “서울중앙지검 부장이 법무부 검찰국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는 비판이 내부에서 쏟아졌다. ‘돈봉투 만찬’ 사건을 두고 한 검찰 관계자는 “김영란법 위반이나 특수활동비 횡령, 뇌물제공 시비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무부 해명 역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무부 장관에게는 특수활동비가 존재하지 않는다. 더욱이 지난달 말부터 법무부 장관직은 공석이다. 법무부 장관의 집행 과정을 거치지 않은특수활동비가 검찰국장 선에서 격려비로 사용된 점을 놓고 비판이 나오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을 지휘할 수 있기 때문에 격려금을 줄 수 있지만, 검찰국장은 장관 지시 없이 일선 검사에게 격려금을 줄 수 있는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해당 검찰국장 2명이 받은 돈을 되돌려줬다”고 밝혔다.
이 지검장과 안 국장의 ‘돈봉투 만찬’은 차기 검찰총장 선임을 위한 ‘짬짜미’ 의혹으로 이어졌다. 검찰의 한 중견 간부는 “검찰 내 핵심인 두 세력 간 술자리 회동을 격려성 저녁 식사라고 하면 지나가던 새도 웃을 일”이라면서 “두 세력 간 회동은 미래를 위한 ‘짬짜미’로 봐도 할 말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 지검장이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 하마평에 오르내린 시점에서 안 국장과 저녁자리를 가진 점 역시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무무 검찰국장은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당연직’이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총장은 대통령 마음대로 임명하는 것이 아닌 검찰총장후보추천위를 거쳐야 한다”며 “추천위에서 당연직인 검찰국장 역할은 막중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이 지검장과 안 국장의 ‘돈봉투 만찬’ 사건을 놓고 감찰을 지시한 직후 법무부는 긴급회의를 열어 감찰 주체와 방식을 논의했다. 감찰위원회가 열릴 경우 법무부와 검찰 소속 공무원과 외부인사가 절반씩 참여하게 된다.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특별 감찰 조직이 임시로 꾸려질 가능성도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현재 관련 회의가 진행중이며 세부적인 내용은 차후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고 밝혔다.
구자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