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까까머리를 한 아이는 책가방에 손을 넣고 무언가 꺼내려 한다. 아이 목에는 집 열쇠를 줄에 매단 '열쇠 목걸이'가 매달려 있다. 그 앞에 머리가 희끗한 남성이 무릎을 꿇고 앉아 아이 손이 잘 움직이도록 가방을 벌려주고 있다. 남성의 시선도 가방 안을 향해 있었다.
스승의 날인 15일 문재인 대통령이 서울 양천구 초등학교를 방문했을 때 촬영된 사진 한 장을 뜯어보면 이렇다.
문재인 대통령이 학교에 도착해 입구에서 교장과 인사를 나눈 직후였다. 한 남학생이 아주 '적극적인' 표정과 걸음으로 다가왔다. 원한 것은 '사인'이었고, 문 대통령은 아이가 사인 받을 준비를 하는 동안 무릎을 꿇어 키를 맞추고, 함께 가방 안을 들여다보며 눈을 맞췄다.
이 장면을 촬영한 영상에는 등에 메고 있던 가방을 풀어 그 안을 한참 뒤져서 공책과 필통을 꺼내는 아이, 그리고 이를 도와주는 대통령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16일 이 사진을 페이스북에 공개한 김경자 서울시의원은 지역구의 어린이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물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감사를 전했다.
김 의원은 "아마도 열쇠 목걸이를 걸고 있던 저 어린 소년에게 대통령님이 가방을 잡아주신 불과 몇 초의 추억은 저 소년이 자라면서 외롭고 지치고 힘들 때마다 일으켜 세우는 든든한 힘이 될 것"이라며 "그 힘으로 우뚝 서리라 믿는다"고 했다.
김 의원은 아이가 사인을 받은 공책 사진도 올렸다. '사람이 먼저다'라는 문구가 날짜와 함께 적혀 있었다.
김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이 초등학교를 찾은 데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이곳은 3000세대 지하철 차량기지 위에 있는 아파트 단지 내 초등학교"라며 "대통령은 가장 낮은 곳에서 함께 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의 설명은 아이가 걸고 있던 열쇠 목걸이의 용도를 추측케 한다. 학교가 끝나면 직접 현관문을 열고 집에 들어가야 하는 아이. 아마 이 날은 대통령 사인을 자랑하려 한껏 들뜬 얼굴로 엄마의 귀가를 기다렸을지 모른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