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 7∼8 이상의 ‘거대지진’이 과학자들 예상보다 더 많이 발생하는 이유를 국내 연구팀이 찾아냈다. 서울대는 지진으로 갈라진 단층이 서로 부딪칠 때 생긴 열로 암석이 녹을 때 암석 속 석영이 기존 예상보다 낮은 온도에서도 녹는다는 사실을 이성근 지구환경과학부 연구팀이 발견했다고 17일 밝혔다.
석영은 지각을 이루고 있는 암석의 약 10%를 차지한다. 1기압 상태에서 섭씨 1천726도에서 녹기 때문에 웬만한 규모의 단층으로 발생한 마찰열에는 녹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성근 교수 연구팀의 실험 결과는 달랐다.
석영이 99%를 차지하는 규암을 빠른 속도로 마찰시켜보니 석영 일부가 ‘고온석영’으로 바뀌면서 알려진 녹는점보다 섭씨 200∼350도 낮은 온도에서도 녹는 현상이 발견됐다. 마찰열에 녹은 석영은 ‘윤활유’ 역할을 하면서 단층면이 더 잘 미끄러지게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기존에 알려진 것과 달리 석영이 예상보다 낮은 온도에도 쉽게 녹을 수 있어 기존 대지진 횟수 예측이 틀렸던 이유를 찾아낸 것이다. 연구팀은 “석영 말고 다른 암석구성광물도 알려진 것보다 낮은 온도에서 마찰열에 녹을 수 있다”면서 “기존 모델로 추정된 지진규모를 재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 과학저널 ‘네이처’의 자매지인 ‘네이처 지오사이언스’에 실렸다.
구자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