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초심, 열심, 그리고 뒷심

입력 2017-05-16 17:29 수정 2017-05-17 17:04
최창수 정담은출판사 대표

탈권위로 서민 곁에 있고자 하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스웨덴 총리를 지낸 타게 에를란데르와 올로프 팔메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먼저 낮은 자세로 국민과 소통하려는 대통령의 행보에 지지와 갈채를 보낸다. 하지만 진정한 소통은 비판의 말까지 귀담아 들을 때 이루어진다. 한국의 에를란데르와 팔메가 되어 달라는 것이다.

스웨덴 총리 타게 에를란데르(1946~1969, 23년 재임)가 스웨덴 명문대학에서 강연할 때였다. 학생회장인 올로프 팔메는 환영사에서 총리의 정책에 대해 격렬하게 비판했다. 당연히 총리의 그날 강연은 엉망이 되고 말았다. 

그런데 그 후에 반전이 일어난다. 에를란데르 총리가 팔메를 보좌관으로 기용한 것이다. 사적인 비판이 아니라 공적인 비판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할 말을 할 줄 아는 팔메와 비판일지언정 듣고 새길 줄 아는 에를란데르의 첫 만남은 이러한 반전이 숨어 있었다. 그런데 팔메 또한 스웨덴 총리를 두 번이나 역임했다.

에를란데르는 옷차림이나 생활방식이 무척 검소했다. 그는 총리가 된 후에도 스톡홀름 외곽에 방 3개짜리 작은 아파트를 세를 내서 살았다. 23년간의 총리 생활을 끝내자 오랜 기간 나라를 위해 일한 원로 정치가를 위해 사민당 동료 정치인들이 돈을 갹출해 사택을 지어 주었다고 한다. 

그는 장기집권을 했지만 사욕에 그을린 독재자는 아니었다. 스웨덴 국민들이 자유선거를 통해 집권을 연장시켜 준 것이다. 지금도 국부로 추앙받는 그다. 그의 아내는 1985년 남편이 사망하자 ‘국가재산’이라며 남편의 볼펜까지 반납했다고 하니 어느 국민이 존경하지 않겠는가.

올로프 팔메(1969~76, 1982~86, 11년 재임)는 총리로 재직하는 동안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한 관광객이 지나가는 이에게 길을 물었는데 바로 그이가 팔메였다. 

1969년 43세의 나이로 최연소 총리가 된 팔메는 비록 금수저 출신이었지만 항상 서민 곁에 있었다. 

퇴근 후 홀로 자전거를 타고 시장에 다닐 정도였으니 말이다. 결국 경호원도 없이 부인과 영화를 보고 나오다 괴한의 총탄에 쓰러지고 만다. 

비극으로 마친 그의 삶이었지만 총리로서의 업무만큼은 최선을 다 했으며, 사생활은 서민으로서의 자유를 누릴 줄 알았던 동네 아저씨였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퇴근길에 시장에 들러 마주치는 시민들과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정을 운영하면서 들을 수밖에 없는 비판에 권위를 앞세워서는 안 될 것이다. 비판을 국정운영의 모티브로 삼으면서, 권위를 낮추는 행보가 계속 이어지기를 바란다. 초심, 열심만큼 뒷심 또한 중요하지 않은가. 

최창수 정담은출판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