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 환자 10명 중 6명은 '가정 혈압'에 대해 인지하고 있지만, 실제 집에서도 혈압을 재고 있는 이는 3명 중 1명에 불과했다.
대한고혈압학회가 17일 '세계 고혈압의 날'을 앞두고 전국 고혈압 환자 1000명을 대상으로 혈압측정 실태를 조사한 결과, 31.4%만이 가정에서 혈압을 측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응답자의 60.6%는 가정 혈압 측정에 대해 알거나 들어본 적 있다고 답했다.
고혈압은 '침묵의 살인자'로 불린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고혈압 치료자 10명 중 3명이 적정 혈압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 고혈압학회 조사에서 고혈압 관리를 위해 환자가 기울이는 노력은 정기적인 진료(60.8%), 술 담배 조절(59.4%), 매일 치료제 복용(57%) 순이었다. 반면 규칙적인 혈압측정은 43.3%라고 답해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혈압측정은 고혈압 관리와 치료의 척도가 되므로 식생활 습관과 함께 놓쳐서는 안된다.
선진국인 미국 영국 일본 등에서는 가정혈압 측정이 고혈압 관리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가정 혈압은 재현성이 높고 동일 시간대의 혈압 모니터링이 가능함은 물론, 진료실 혈압만으로 쉽게 진단할 수 없는 '백의 고혈압' '가면 고혈압'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진료실에서 흰색 가운을 보면 긴장해서 혈압이 올라가는 '백의 고혈압', 반면에 진료실에 가면 혈압이 더 낮게 나오고 집에서 높으면 '가면 고혈압'이라고 불린다.
가정 혈압을 측정한다고 답한 응답자의 주된 이유는 '혈압 변화를 살펴볼 수 있기 때문(70.4%)'이었다. 68.5%는 가정 혈압 측정이 도움된다고 답했다.
반면 가정혈압을 측정하지 않는 이유로는 '가정혈압계가 없어서'가 65.5%로 가장 많이 꼽혔다. 이어 병원 진료시 측정한 것으로 충분해서(35.1%), 가정에서 측정한 혈압이 정확하지 않은 것 같아서(24.5%) 등 순으로 나타났다.
대한고혈압학회 혈압모니터연구회 신진호(한양대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병원 방문시 측정하는 혈압만으로는 정확한 혈압을 알기 어려우며 동일한 시간대에 정확한 방법으로 꾸준히 가정혈압을 재는 것이 고혈압 관리에 도움된다"면서 "가정에서 측정한 혈압이 정확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환자들은 측정법을 정확히 숙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가정혈압은 아침 저녁 하루 2회 재는 게 좋다. 아침에는 약물 복용전, 식사전에 측정하고 저녁에는 잠자리에 들기전에 재야 한다.
화장실 다녀온 후에는 5분간 휴식후 재는 게 바람직하다. 측정 전 30분 이내 흡연이나 카페인 섭취는 금물.
집에서 혈압을 잴 때는 의자에 등을 기대 앉은 뒤 커프를 위팔과 심장 높이에 착용한다. 측정 후 혈압 수첩에 측정치를 모두 기록한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