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살 많은 사람은 미세먼지 흡입 위험 더 높다

입력 2017-05-16 10:12
각종 호흡기·심뇌혈관질환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꼽히는 미세먼지가 똥배가 나온 복부비만자에겐 더 위험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폐기능저하를 촉진하기 때문이다.

서울대학교병원은 보건환경연구소 김현진(
사진 왼쪽) 교수와 가정의학과 박진호 교수 연구팀이 국내 남성 187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복부 지방이 많은 사람은 거주지의 미세먼지 농도가 약 10㎍/㎥ 씩 높아질 때마다 폐활량 지수도 약 10% 씩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16일 밝혔다.


연구팀은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서울대병원 건강검진센터를 방문한 남성 1876명의 해당 거주지와 가까운 측정소 연평균 미세먼지 농도를 조사했다. 이어 복부CT를 통해 총 복부지방, 피하지방과 내장지방 면적을 측정한 후 폐기능 검사로 폐활량을 측정했다.

그 결과, 내장지방 또는 피하지방의 단면적이 200㎠를 초과하는 성인(평균 허리둘레 98㎝)은 미세먼지 농도가 약 10(㎍/㎥) 증가할 때마다 폐기능도 약 10% 더 감소하는 것으로 측정됐다. 복부 비만이 미미하거나 없는(단면적 200㎠ 이하-평균 허리둘레 87㎝) 성인은 동일한 미세먼지 농도 노출에서도 폐기능이 저하되지 않았다.

이는 복부비만이 심한 사람이 평균 40㎍/㎥ 미세먼지에 노출되는 지역에 살 때보다 50㎍/㎥ 지역에 살 경우 폐기능이 10% 더 약해지게 되고, 60㎍/㎥에 살면 폐기능 저하가 20% 더 심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연구 참여자 전체 하루평균 미세먼지 노출은 약 50㎍/㎥였으며, 황사의 영향을 받은 지난 6일 전국 대부분 도시 미세먼지 평균 농도는 200㎍/㎥ 전후였다.

김현진 교수는 “지방세포에서는 인터루킨-6과 같은 염증 유발 사이토카인을 분비하고, 활성산소종을 생산한다. 마찬가지로 대기오염도 기도염증 및 염증 매개인자와 산화스트레스를 증가시킨다. 지방세포와 대기오염 두가지가 겹쳐져 결국 더 심한 폐기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진호 교수는 “이 연구는 복부비만인 성인이 미세먼지 노출시 폐기능 감소 정도가 훨씬 크다는 것을 처음으로 규명했다는 점이 큰 의의”라며 “복부비만이 있는 사람은 그 자체로 각종 호흡기질환과 심뇌혈관 질환이 더 잘 걸릴 뿐만 아니라 미세먼지에의 노출에 의해 해당 질환의 발병 증가 및 악화가 잘 일어날 수 있음을 알고 평소 미세먼지 노출을 최소화하는 생활습관과 함께 복부지방 감량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결과는 네이처 자매지이자 비만분야 최고 권위지인 ‘인터내셔널 저널 오브 오베시티’(IJO) 최근호에 게재됐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