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의문사' 허원근 일병, 33년만에 순직 인정

입력 2017-05-16 09:44


전두환 정권 시절 의문의 죽음을 당했던 고(故) 허원근 일병이 숨진 지 33년 만에 순직으로 인정받았다. 또 허 일병과 같이 사망 원인을 규명하기 어려운 경우에도 순직 심사를 받을 수 있도록 군인사법 시행령이 개정된다.

국방부는 16일 “고 허원근 일병의 사망 구분을 순직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국방부가 지난달 28일 개최한 제17-5차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에서 이뤄졌다.

전두환 정권 시절 강원도 화천군 육군 7사단에 소속됐던 허 일병은 1984년 4월 2일 3발의 총상을 입고 숨진 채 발견됐다. 군은 허 일병의 자살로 발표했다. 그러나 2002년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는 허 일병의 죽음이 타살이고 군 당국이 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조사 결과를 내놔 논란이 일었다.

허 일병 유족은 의문사위 조사 결과를 토대로 2007년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허 일병이 타살한 것으로 판단했지만, 2심에서는 자살로 판단이 뒤집혔다. 2015년 9월 대법원은 “타살·자살 여부를 명확하게 결론 내릴 수 없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올 2월 국민권익위원회는 허 일병 유족이 제기한 고충 민원에 대해 허 일병의 사망은 공무 관련성이 있다며 순직을 인정할 것을 국방부에 권고했다. 33년 간의 진통 끝에 마침내 국방부는 허 일병의 죽음을 순직으로 인정했다.

국방부는 “9명의 심사위원이 관련 대법원 판례를 준용해 사체의 발견 장소, 사망 전후의 상황, 담당했던 공무의 내용을 심도 깊게 고려한 결과 허 일병의 죽음을 순직으로 결정하기로 했다”며 “허 일병이 GOP(일반전초) 경계부대의 중대장 전령으로 복무 중 영내에서 사망했음을 인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허 일병과 같이 사망 원인을 규명하기 어려운 경우에도 순직 심사를 받을 수 있게 군인사법 시행령이 개정된다. 

국방부는 “사망 형태가 불분명한 ‘진상 규명 불명자’의 사망이 직무 수행이나 교육 훈련 등 공무와 관련성이 있다고 전공사상심사위원회에서 인정되면 순직 처리될 수 있게 사망 분류 기준을 개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방부는 이번 심사 이후에도 공정하고 객관적인 심사와 법령 개정 추진 등으로 국가 방위를 위해 순직한 장병은 국가가 끝까지 예우하고 책임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