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시민 3000명이 참석하는 '미세먼지 대토론회'가 열린다. 청와대와 서울시가 공동 주최하는 자리다. 행정부의 정점에 있는 청와대와 수도를 주관하는 지방정부가 서울 도심 한복판에 거대한 '토론의 장'을 열기로 했다. 촛불집회의 중심이었던 광화문광장은 이제 직접민주주의 무대 '아고라'가 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16일 "청와대가 27일 광화문광장에서 3000명이 모이는 토론회를 같이 개최하자고 의사를 타진해왔다"고 밝혔다.
'광화문광장, 미세먼지 시민 대토론회'는 서울시가 준비해 왔다. 27일 오후 5시부터 7시까지 방송인 김제동씨 사회로 진행된다. 광화문광장에 300개 원탁이 설치되고 서울시민 3000명이 앉아 토론을 벌이게 된다. 10명씩 한 조를 이뤄 의견을 교환하는 방식이다. 서울시는 25일까지 홈페이지(www.seoul.go.kr)를 통해 토론회 참가 신청을 받는다.
토론회 주최자는 서울시와 서울시의회, 서울시교육청, 맑은하늘만들기시민운동본부, 녹색서울시민위원회, 한국대기환경학회, 한국환경보건학회, 한국독성학회, 한국실내환경학회, 한국환경분석학회 등이다. 박원순 시장도 참석해 시민과 의견을 나눈다. 이런 행사에 청와대도 공감하며 동참키로 한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번 토론회는 서울시의 각종 대기질 정책을 시행하기 전에 시민들의 공감을 얻기 위해 준비한 자리"라며 "대통령이 직접 참석할지 관계부처에서 올지 등은 구체적으로 논의되지 않았지만, 청와대 제안에 담긴 메시지는 미세먼지 대책 마련이 중요하고 중앙정부와 서울시가 함께 나서자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서울시보다 국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으니 중앙정부가 시민들 얘기를 같이 들으면 당연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14일 '3호 업무지시'로 30년 이상 된 석탄화력발전소 8곳의 가동을 6월 한 달간 중단토록(셧다운) 하는 등 미세먼지 대책을 강조했다.
토론 참가자들은 정책 우선순위와 그 이유에 관한 서울시 설명을 듣고 토론을 벌인다. 서울시는 이를 통해 시민들이 생각하는 미세먼지 정책 우선순위를 파악하고 선택 이유를 심층 분석할 예정이다. 서울시 측은 "2부제 도입 등은 서울시민이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토론회에서 투표해 반대가 많으면 (2부제 등) 정책을 시행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그동안 미세먼지 저감 대책에 팔을 걷고 나섰지만 수단이 많지 않아 효과가 제한적이었다. 노후경유차 서울 시내 진입을 줄이고 대형 공사장에는 건설기계에 저공해 장비를 달도록 했다. 또 미세먼지가 심할 때 분진청소를 강화하는 등 방안을 짜냈지만 지자체 차원에서는 한계가 있었다.
서울시는 일찌감치 버스를 매연이 나오지 않는 천연가스(CNG) 버스로 바꿨다. 하지만 경기도와 인천 등지에서 광역버스가 서울로 들어오는데다 관광버스가 도심에서 주정차를 하는 걸 막기가 어려웠다. 이에 서울시는 이번 대선을 앞두고 각 후보측에 원전하나 줄이기 전국화, 수도권외 지역 대기오염 영향권역 지정, 비산먼지 발생 신고대상 건설 공사장에 저공해 건설기계 사용 의무화를 건의했고, 문재인 대통령 공약에 모두 반영됐다.
이번 대 토론회는 현장에 테이블 300개를 마련해 10명씩 한 조를 꾸려 의견을 나누는 방식이다. 온라인으로 테이블별 의견을 취합하고, 전문 분석팀이 이를 분석해 토론의 흐름을 현장에서 직접 보여준다.
최근 서울시 출신 인사들이 잇달아 청와대 수석비서관으로 임명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토론회 공동 주최는 문재인 정부와 서울시 간 공조를 재확인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아고라'는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에 형성된 광장이다. 그리스인들은 이 곳에서 민회(民會)와 재판, 상업, 사교 등 다양한 활동을 했다. 학문과 사상 등에 대한 토론이 이루어지던 문화와 예술의 중심지였으며, 시민들이 민회(民會)를 열어 국방이나 정치 문제를 토론하던 정치의 중심지이기도 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