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아파트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우는 일명 ‘반딧불족’에게 시달린 간접흡연 피해자들이 피해자 모임 ‘근린 주택 간접흡연 피해자 모임’을 결성했다. 이들은 ‘베란다 흡연 금지법’을 제안하고 인권구제를 신청하는 등 적극적으로 움직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이타마 현에 거주하는 오기노 스미코(49·여)씨는 어린 시절부터 집에서 간접흡연에 시달린 아픈 기억이 있다. 오기노씨의 아버지는 “담배 피다 죽는 게 소원이다”라고 습관처럼 말하는 애연가였다. 학창 시절 내내 폐렴이나 기관지염을 달고 살 정도로 병약했던 오기노씨는 울면서 아버지에게 금연을 부탁했지만 아버지는 듣지 않았다. 결국 아버지는 폐렴으로 2010년에 사망했다. 오기노씨는 “폐가 찢어져 공기가 그 안으로 들어가 상반신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며 비참하게 돌아가셨다”며 “아버지에게도 가족에게도 힘겨운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성인이 돼서도 오기노씨는 간접흡연으로 고생했다. 5년간 이웃이 피우는 담배 연기를 마시면 눈물이 나고 기침이 멈추지 않았다. 병원에서 이런 증상이 간접흡연 때문이라는 진단을 받고 “베란다에서 흡연을 하지 말아 달라”는 종이를 아파트 게시판에 붙여도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오기노씨는 결국 아파트 관리조합과 담판을 짓고 나서야 간접흡연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오기노씨는 이제 ‘근린 주택 간접흡연 피해자 모임’의 대표가 됐다. 회원이 일정 수 이상 모이면 인권 구제를 신청하고 후생노동성과 국토교통성에 ‘베란다 흡연 금지법’을 제안할 계획이다. 또 각 지자체에 인근 주택의 간접흡연을 방지하는 조례의 제정도 요구할 예정이다.
일본에서는 아파트에서 발생하는 간접흡연 피해 관련해 2012년 12월에 나온 판례가 있다. 당시 나고야 지방 법원은 흡연자 남성에게 간접흡연으로 아파트 위층에 사는 여성의 몸 상태를 악화시켰다며 위자료 5만엔을 지불하라고 명령했다.
간접흡연 문제에 정통한 오카모토 코우키 변호사는 “아파트 내 간접흡연으로 고통을 겪으면서도 대응하지 못하고 체념하고 있는 경우도 많다”며 “근린 주택 간접흡연 피해자 모임은 베란다 간접흡연 피해자의 상담 창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우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