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의 한 대학 동아리가 MT 성희롱 사건으로 발칵 뒤집어졌다. 분위기를 띄울 목적으로 시작한 ‘술게임’이 선배들의 성희롱으로 변질되면서다. 문제의 동아리 회장은 사과했지만 학내 비난 여론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이 학교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게시판은 15일 동아리 MT에서 선배들의 성희롱에 시달렸다는 신입생 A씨의 호소를 놓고 요동쳤다. 재학생들은 가해자에 대한 제적 조치, 해당 동아리에 대한 징계를 학교 측에 요구했다.
A씨는 올해 입학해 여러 동아리에 가입한 신입생이다. 그는 각 동아리마다 주최한 MT를 대부분 참석할 만큼 왕성하게 활동했다. 학교생활이 낯선 학기 초 선배·동기들과 친분을 쌓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해당 동아리의 최근 MT 역시 같은 목적으로 동행했다.
A씨는 “이 동아리 MT에서 선배 2명, 신입생 7명이 술자리를 가졌다. 선배 중 한 명은 동아리 회장이었다. 하지만 선정적인 게임으로 성희롱 발언이 반복적으로 오가면서 불쾌했다. 선배들이 주도한 게임이어서 거부할 수도 없었다”고 말했다.
MT에서 진행된 게임은 케이블채널 tvN 예능프로그램 ‘인생술집’에서 소개돼 올해 대학가에서 유행하고 있는 ‘귓속말게임’이다. 술자리에서 임의로 지목된 사람이 바로 옆 사람에게 귓속말로 질문하고, 질문을 들은 사람은 연상되는 사람을 호명하는 방식의 게임이다. 서로의 생각을 엿볼 수 있어 20대들 사이에서 빠르게 퍼지고 있다.
A씨는 “선배들이 이 게임에서 성적으로 모욕감을 느낄 수 있는 주제를 반복적으로 질문했다”고 주장했다. ‘성관계를 빨리 끝낼 것 같은 사람’, ‘신음을 가장 잘 낼 것 같은 사람’, ‘임신테스트기를 가장 많이 사용했을 것 같은 사람’ 등의 질문이 오갔다고 A씨는 토로했다.
질문을 받거나 지목된 신입생들은 불쾌할 수밖에 없었다. 다른 신입생인 B씨는 ‘성관계 횟수가 많을 것 같은 사람’이나 ‘하룻밤 성관계를 가장 많이 가졌을 것 같은 사람’과 같은 질문에서 반복적으로 지목됐다.
B씨는 “모두가 술기운에 휩싸였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심각한 음담패설에 대해 불쾌한 표정을 짓는 등의 방법으로 거부 의사를 표했다”며 “‘술게임’에서 오갔던 성희롱 발언들 중에는 입 밖으로 꺼낼 수 없는 수준도 있었다”고 말했다.
문제의 동아리 회장은 학내에서 비난 여론이 커지자 지난 11일 페이스북에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적어 사과했다. 동석했던 다른 선배 C씨는 회장의 페이스북 게시글에 “신중하게 행동하겠다”고 댓글을 적었다. 하지만 SNS 사과문 정도로 비난 여론을 잠재울 수 없었다. 일부 재학생들은 형사 입건해 진위를 가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철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