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아트센터(대표 이대희)가 현대 한국화의 맥을 잇는데 구심점 역할을 해온 서정 이춘환 화백의 40년 화업을 정리해 선보이는 <서정 이춘환, 화업 40년>展을 연다. 오는 5월 17일부터 6월 9일까지 서정아트센터 전관에서 진행되는 이 회고전은 <산의 기운>과 <달항아리> 시리즈를 비롯하여 <황금월매(黃金月梅)>, <oo> 등 40여 년간의 작품을 총망라하는 대표작들과 신작, 아카이브 등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귀한 자리다.
이춘환 화백은 기법이나 화풍에 있어 단순히 전통적인 것을 이어나가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서양화의 기법과 한국화의 산수를 조합하여 감각적이고 과감한 색채를 구사하며, 절제되고 기품 있는 동양적 미감과 현대적인 조형감각을 조화롭게 아우른다. 그의 대표작 <산의 기운> 시리즈는 수도 없이 오르내리며 보았던 북한산의 색감과 촉감의 잔상을 모아 노송(老松)이 기암괴석과 어우러진 빼어난 절경을 담아내고 있다.
이 시리즈의 특징은 겸재 정선(鄭歚)으로부터 발생된 진경산수(眞景山水) 즉, 실제의 경치에 충실하되 단순히 풍경을 재현하는데 그치지 않고 자연을 대하면서 느낀 주관적인 감흥과 이상향까지 반영한 전통 화법을 토양 삼아 현대적으로 변주를 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자연의 외적인 형상만을 쫓는 것이 아니라 존재 가치와 그 의의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짐으로써 삶의 진경까지 담아내려는 작가의 고뇌를 엿볼 수 있다. <달의 기운> 시리즈는 어수룩하면서도 후덕한 품이 느껴지는 ‘달항아리’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장식적인 기교 없이 담백하며 고결한 색을 띠고 있는 작품 속 달항아리의 이지러진 품새는 부정형이 주는 무심한 아름다움으로 삶의 소소한 성찰을 유도한다.
또한 <황금월매(黃金月梅)>는 오랜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을 ‘황금’을 한국미의 상징인 달항아리에 녹여 캔버스에 담아냈다. 세상의 부침에 연연치 않는 참된 선비의 모습에 비유되곤 했던 매화는 이춘환 화백의 작품에서도 고결한 정신을 품은 채로 그 은은한 향을 내뿜고 있다. 달빛을 머금은 매화, 그리고 그것을 어루만지고 있는 달항아리는 어수룩하면서도 후덕하고 어눌한 듯 하면서도 거침이 없다. 이렇듯 황금빛으로 어둠을 살라먹고 환한 달빛 아래 피어난 그의 매화에는 조화로운 운치가 있다.
이춘환 화백은 “동서를 막론하고 시대를 지나갈수록 기교와 복잡도를 더하고, 형과 색이 난해해진다. 실로 흥미 깊은 예외는 단순성이다. 지난 40년 동안 우리만의 정서적인 형과 색을 찾기 위해 몰두해왔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앞으로의 전개 방향과 가능성까지 한 자리에서 선보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게 되어 기쁘다”며 이번 회고전의 소회를 밝혔다.
그간의 화업(畵業)을 되돌아봄과 동시에 새로운 도약을 다짐하는 이 회고전을 통해 그의 삶과 작업의 궤적을 들여다보고 반추해봄으로써, 자연과 전통의 의미와 가치를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콘텐츠팀 이세연 lovo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