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필요했던 것은 대통령의 의지와 결단이었다. 세월호 참사 당시 제자들을 구하다 목숨을 잃은 경기도 안산 단원고 기간제 교사 2명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순직 절차를 밟을 수 있게 됐다. 박근혜정부에서 3년 동안 각종 규정과 정부 부처의 책임 회피로 미뤄졌던 절차는 문재인정부 출범 닷새 만에 시작됐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15일 “문 대통령이 스승의 날을 맞아 세월호 참사로 숨진 기간제 교사 2명의 순직을 인정하라고 지시했다. 관련 부처에 신속한 절차 진행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날은 스승의 날이자 세월호 참사일로부터 3년29일째가 되는 날이다.
윤 수석은 “두 교사의 순직을 인정해 스승에 대한 국가적 예우를 다하려 한다”며 “국가인권위원회 등에서 순직 인정에 대한 권고가 있었고, 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공약으로 국민에게 약속했다”고 문 대통령 지시의 취지를 설명했다.
단원고 김초원 교사는 2학년 3반, 이지혜 교사는 2학년 7반 담임이었다. 이들은 2014년 4월 16일 전남 진도 동거차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세월호 선내 5층에 있었다. 탈출하기 가장 쉬운 곳이었지만 두 교사는 학생들에게 구명조끼를 입히기 위해 4층으로 내려갔고, 결국 빠져나오지 못했다.
하지만 정부는 두 교사가 기간제라는 이유로 순직을 인정하지 않았다. 유족은 2015년 6월 순직신청서를 제출했지만, 인사혁신처는 순직 심사 대상에 올리지 않고 반려했다. 기간제 교사는 공무원이 아닌 민간 근로자라는 이유에서였다. 공무원연금법상 순직유족급여 청구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 인사혁신처의 반려 사유였다.
하지만 입법부와 사법부의 판단은 달랐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같은 해 5월과 9월 “기간제 교사는 공무원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법원 역시 기간제 교사가 정부를 상대로 낸 성과급 지급 소송에서 “기간제 교원은 교육 공무원”이라고 판결했다. 국민 여론도 학생들의 안전을 먼저 걱정했던 두 교사의 희생을 순직으로 인정하라는 쪽에 무게가 실렸다.
오직 행정부만 두 교사의 순직을 인정하지 않았다. 인사혁신처는 “교육부가 순직 인정을 해야 한다”고 책임을 미뤘고, 교육부는 기간제 교사들이 낸 성과급 지급 소송의 대법원 확정 판결을 기다렸다. 정부 부처들이 세월호 책임을 정치적 공세로 여겼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눈치를 살피며 책임을 회피하는 동안 값을 매길 수 없는 두 교사의 희생은 보상의 흥정거리 정도로 전락하고 말았다.
문 대통령은 대선 출마 전부터 두 교사의 순직 처리를 박근혜정부에 요구했다. 두 교사의 순직 처리는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 미수습자 9명 수습과 함께 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부터 앞세운 주요 공약 중 하나였다.
문 대통령은 “3년이 지났지만 제도 해석의 문제로 두 교사에 대한 순직 인정이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논란을 끝내고 유족을 위로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집권하고 청와대 집무실로 출근한 지 닷새 만에 내린 지시였다. 박 전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일로부터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로 모든 권한을 상실할 때까지 969일, 파면될 때까지 1060일 동안 이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