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를 해킹한 뒤 피해자에게 돈을 요구하는 '랜섬웨어' 사이버 공격이 비트코인 등 익명성을 보장하는 가상 화폐의 빠른 증가 속도와 맞물려 급증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14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랜섬웨어를 앞세운 사이버공격이 지난해 하루 평균 4000건에 달했다. 일 년 전에 비해 무려 4배 가량이 증가한 수치"라며 이같이 밝혔다.
랜섬웨어는 몸값과 소프트웨어를 합친 용어다. 컴퓨터 시스템을 잠그거나 데이터를 암호화해 사용할 수 없도록 한 뒤 돈을 요구하는 악성 프로그램이다.
앞서 지난 12일 랜섬웨어 사이버 공격을 받은 영국, 독일, 프랑스를 비롯한 피해국들은 비트코인을 송금해야 컴퓨터와 파일을 풀어주겠다는 협박을 받았다.
랜섬웨어의 감염된 정부기관, 민간기업의 컴퓨터에는 "당신들의 파일은 접근할 수 없도록 암호화됐다"는 메시지와 함께 온라인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으로 300달러를 지불하라는 전달사항이 올라왔다.
1980년대 말 등장한 악성소프트웨어가 지난해 이후 갑작스럽게 증가한 데는 익명성에 기댄 가상 화폐 보급이 한 몫한 것으로 분석된다.
비트코인은 거래의 익명성을 보장하기 위해 핵심 기술인 ‘블록체인’을 통해 거래되고 있다. 이 화폐는 은행이나 인증기관 등 제 3의 관리자를 거치지 않고 피투피(P2P) 방식으로 거래된다. 이메일에 파일을 첨부하듯 주고받을 수 있다.
당국의 추적을 피하기 쉬운 비트코인은 이슬람국가(IS), 범죄 단체, 부패 공무원 등의 자금 세탁 수단으로 의혹을 받아 왔다.
미국 조지 메이슨 대학의 메르카투스 센터에서 금융기술을 연구하는 브라이언 나이트 선임 연구원은 "어떤 중앙 기구도 (비트코인 사용) 접근을 차단할 수 없다. 당신은 벨라루스나 말레이시아, 심지어 하늘에 떠있는 달에서도 비트코인을 누군가로부터 받을 수 있다"며 신원을 노출하지 않고도 돈을 송금 받을 수 있는 비트코인을 목표로 하는 사이버 공격이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민우 인턴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