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가본 잡월드는 넓고 쾌적했다. 금요일 오후 타임이어서인지 아이들이 많지 않아 줄 서지 않고 원하는 체험을 마음대로 할 수 있었다. 윤영이와 인영이는 참 달랐다. 윤영이는 은행원, 성우, 피자만들기 등을 가는데, 인영이는 마트직원부터 시작해 건설노동자, 자동차정비사, 택배직원 등을 택했다. 각 체험마다 30분정도 소요되는데 앞에 15분의 이론수업에서는 지겨움을 감출 수 없는 표정을 짓다가 실습에 나서면 눈빛이 빛났다.
각 체험장의 선생님들은 한글도 모르고 유치원도 안다녀 수업에 익숙하지 않은 인영이를 친절히 가르쳐줬다. 자동차정비사 선생님은 자격증에 ^^ 표시까지 그려줘 인영이를 더욱 즐겁게 해줬다.
출근한 일요일, 우연히 비정규직 통계를 보게 됐다. 잡월드는 고용노동부 산하 공공기관인데 직원 10명 중 9명은 비정규직이었다. 그 비율은 88.4%로 전체 공공기관 중 6번째로 높았다. 어린 아이들에게 장래희망의 꿈을 심어주는 직원들이 정규직이라면 아마 찾아오는 아이들에게 더 밝고 즐겁게 직업의 세계로 안내해주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먼 훗날, 소방관이든 택배직원이든, 정비사든 인영이가 어떤 직업을 택하든 전적으로 응원하고 지지해줄 것이다. 다만 인영이가 직업을 택할 때는 땀 흘리는 직업들이 그만큼만큼 정당한 대우를 받는 시대가 됐으면 좋겠다.
정규직으로 전환된다는 대통령의 말에 눈물을 흘리는 인천공항공사 비정규직의 모습을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로 얘기하는 게 인영이를 포함해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