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렉 포포비치 감독(68)은 1996년부터 샌안토니오 스퍼스를 21년째 이끌고 있는 미국프로농구(NBA) 최고의 명장이다. 미국 4대 프로스포츠(MLB NBA NFL NHL)를 통틀어 단일팀 최장수 사령탑이다. 샌안토니오를 이끄는 동안 파이널 진출 6회, 우승 5회(1999 2003 2005 2007 2014)의 업적을 쌓았다. 정규리그 통산 1150승 506패를 거둔 그는 한 팀에서 가장 많은 승수를 쌓은 NBA 감독이기도 하다.
샌안토니오는 지난 시즌을 끝으로 팀 던컨이 은퇴하며 전력이 약화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포포비치 감독은 오랜 경험과 다양한 전술을 통해 샌안토니오를 20년 연속 플레이오프로 이끌었다.
샌안토니오는 ‘야전사령관’ 토니 파커가 휴스턴 로켓츠와의 플레이오프 2라운드 2차전에서 무릎부상으로 코트를 떠났다. 5차전에서는 ‘주포’ 카와이 레너드가 발목 부상을 당해 6차전에 결장했다. 그러나 포포비치 감독은 이들의 공백을 용병술과 전략으로 메웠다. NBA 최고령 마누 지노빌리(40)를 포인트가드로 적극 활용해 효과를 봤다. 파우 가솔, 라마커스 알드리지, 데이비드 리 등 빅맨 라인업을 앞세워 3점슛을 난사하는 휴스턴의 이른바 ‘양궁 농구’를 잠재웠다.
포포비치 감독은 통산 7번째 파이널로 향하는 서부컨퍼런스 결승(7전4선승제) 길목에서 ‘절대강자’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라는 난적을 만났다. 샌안토니오가 골든스테이트를 넘으려면 포포비치 감독의 전략이 다시 한 번 빛을 발해야 한다. 포포비치 감독은 샌안토니오 지휘봉을 잡은 뒤 빅맨과 수비 조직력을 앞세운 확률 높은 농구로 팀을 이끌었다. 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농구만 고집한 것도 아니다. 현대 농구의 흐름에 따라 3점슛과 코트 공간 곳곳을 활용하는 스페이싱 전술을 활용하는 등 변화도 불사했다.
골든스테이트는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8전 전승을 기록 중이다. ‘원투펀치’로 활약 중인 케빈 듀란트와 스테픈 커리를 필두로 드레이먼드 그린, 클레이 탐슨 등으로 이어지는 ‘판타스틱4’가 막강한 화력을 뽐내고 있다. 여기에 안드레 이궈달라, 이안 클락 등 탄탄한 식스맨까지 더해진 철옹성 같은 팀이다.
샌안토니오와 골든스테이트가 컨퍼런스 결승에서 맞붙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골든스테이트와 샌안토니오는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서부 1, 2위를 차지했다. 정규리그 세 차례 맞대결에선 2승 1패로 샌안토니오가 근소한 우위를 점했다. 포포비치 감독은 골든스테이트의 공격을 원천봉쇄하기 위해 커리를 집중 마크할 전망이지만 ‘이적생’ 듀란트까지 막아야 하는 부담이 있다.
다행히 샌안토니오는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평균 27.8점으로 활약 중인 레너드가 골든스테이트와의 1차전부터 나선다. 하지만 몸 상태가 정상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15일(한국시간) 골든스테이트의 홈구장 오라클 아레나에서 시작되는 서부 컨퍼런스 결승에서 포포비치 감독이 선보일 ‘깜짝 전술’을 기대해봐도 좋을 듯하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