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낯으로 손 흔들고, 민원인 라면 끓여주고…유쾌한 정숙씨 이사 가는 날

입력 2017-05-13 17:49 수정 2017-05-13 18:52

영부인 김정숙 여사의 이삿날 풍경이 인터넷에서 훈훈한 감동을 전하고 있다. 13일 문 대통령의 홍은동 사저 앞에는 이른 아침부터 200여명의 시민들이 운집해 있었다.


이날 오전 10시쯤 문 대통령이 대선 기간 자신을 전담으로 취재해 온 국회 출입기자들과 북악산 등산 일정을 위해 사저를 나서자 시민들의 환호성이 쏟아졌다.

문 대통령은 전용차에 탑승하지 않고 시민들과 일일이 악수를 한 뒤 기념촬영을 이어갔다. 이때 집 안에 있던 김정숙 여사는 베란다의 문을 열고 모습을 드러냈다. 놀란 시민들은 ‘여사님! 밖으로 나오세요“라고 외쳤고, 김 여사는 환한 웃음을 지어보인 뒤 손을 흔들었다.


이후 홀로 남아 이사 준비를 하던 중 60대 여성이 빌라 단지 입구와 뒷동산을 오가며 “국토부 정경유착을 해결해 달라. 배가 고프다. 아침부터 한 끼도 못 먹었다”고 외쳤다.



오후 1시20분쯤 김정숙 여사는 청색 상의에 합성섬유 재질의 쪼기를 덧입고 머플러를 둘러맨 채 수행원과 함께 나왔다. 김 여사는 민원인에게 “왜 배가 고프다 그런데? 왜?”하며 밝은 표정으로 다가갔다.


여성이 자초지종을 설명하려던 찰나 김 여사는 “몰라. 몰라. 자세한 얘기는 모르겠고, 배고프다는 얘기 듣고서는, 나도 밥 먹을라 그랬는데 들어가서 라면 하나 끓여 드세요”라고 여성의 손을 덥석 잡고 사저로 향했다.

이를 지켜보던 주민들은 ‘와!’하고 탄성을 질렀다. 김 여사의 손에 이끌려 빌라로 들어갔던 여성은 얼마 뒤 컵라면 한 사발을 손에 쥔 채 나왔다. 억울함이 가득했던 얼굴엔 미소가 지어졌다.

공덕역 인근에서 공인중개사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는 이 여성은 12년 전 인천국제공항철도가 들어서 공덕역 증축공사를 하면서 건물이 헐리면서 보상을 한 푼도 못 받았다고 토로했다. 이는 국토교통부와 건설사의 정경유착 때문이라고 여성은 주장했다.

이 여성은 이틀 전 김 여사가 민원 내용을 적어달라고 해서 수행원에게 주기도 했다고 전했다. 대선 투표 날부터 매일 아침 이곳에 와서 지하철이 끊기는 시간까지 있었다는 배씨는 얘기를 들어줬고 밥을 얻어 먹었으니 이제 안 오겠다며 자리를 뜬 것으로 알려졌다.


사저를 떠나는 순간에도 김 여사는 덩치가 큰 트렁크를 직접 끌고 나와 차에 싣기도 했다. 주민들과 일일이 손을 잡고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이같은 모습이 보도되자 온라인 곳곳에선 "역시 유쾌한 정숙씨"라며 찬사가 이어졌다. 박근혜 정부에선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어서 네티즌들 사이에서 더 주목 받았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