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기간 약속한 공약도 챙겼다. 문 대통령은 취임 첫 날부터 일자리위원회를 설치하고 미·중·일과 통화를 하며 국민의 마음을 전달했다. 세월호·최순실 국정농단 재조사, 국정교과서 폐지를 지시하고 검찰개혁까지 예고했다.
3일 동안 문재인 대통령이 진행한 업무를 정리했다. 공식 처리되지 않은 공약들은 제외했다.
1. 제1호 업무지시 '일자리위원회 설치 및 운영방안'
문재인 대통령의 첫 공약이 일자리였던 만큼, 첫 업무지시 역시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설치였다. 일자리 수석을 만든 뒤 이를 새로 신설된 정책실 소관에 두기로 했다.
과거에는 비서실장이 모든 청와대 조직을 관장했다. 그래서 청와대가 권력 집중의 상징처럼 보여졌다. 문 대통령은 이 점을 인식해 대통령 비서실장 산하에 있던 외교안보수석실의 외교·국방·통일 정책 보좌 기능을 국가안보실에 소속시켰다.
국가안보실은 기존 5비서관(정책조정·안보전략·정보융합·사이버안보·위기관리센터) 체제에서 외교안보수석실 산하 통일·외교·국방비서관까지 더해져 8비서관 체제로 커졌다.
비서실 속에 정무, 민정, 사회혁신, 국민소통, 인사수석이 소속되고 일자리, 경제, 사회수석은 정책실에 소속됐다. 외교와 안보수석은 국가안보실에 나뉘었다.
일자리 수석을 새로 만든 것은 물론이고 청와대 조직의 권력 집중 해소를 위해 노력했다는 해석이다.
2. 국정교과서 폐지
박근혜 정부에서 예산 40억원을 들이며 추진해 온 역사교과서 국정화 작업이 폐기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문 대통령은 12일 교육부에 2018년부터 적용 예정인 국·검정 혼용체제의 검정체제 전환을 즉각 수정고시 할 것을 지시했다. 검정교과서 준비에 차질이 없도록 제반 사항을 점검해 조치할 것 또한 당부했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국정 역사교과서는 구시대적인 획일적 역사 교육과 국민을 분열시키는 편가르기 교육의 상징"이라고 대통령의 의지를 대변했다.
교육부는 지난 9일 이미 그동안 홈페이지에 게재해왔던 국정 역사 교과서 관련 내용을 삭제했다. 교육부는 장차관이 새로 임명되는대로 국정 교과서 폐기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공약집에서 이명박·박근혜 9년 정권의 적폐 청산을 위한 공약 중 하나로 국정 역사교과서 폐기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문 대통령 측은 역사의 다양성 보장을 위해 국정교과서를 폐지하고 교육과정개정위원회를 설치해 교육과정 개정과 교과서 국·검·인정 결정의 민주성을 보장하겠다고 말했다.
국정교과서 폐기는 역사 교과서를 국정과 검정, 두가지로 구분해 놓은 '중고등학교 교과용 도서 구분 고시' 내용 가운데 '국정' 부분을 삭제하는 방향으로 수정할 예정이다.
과목별로 국정·검정·인정교과서 가운데 어느 것을 사용할지 규정한 '중·고등학교 교과용도서 국·검·인정구분 고시'는 교육부장관 고시이기에 국무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아도 수정할 수 있다.
국정교과서 폐기 후 중·고교 입시와 관련 없는 과목부터 점진적으로 교과서 자유발행제를 추진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3. 아베에게, "위안부 합의 수용 못하는 게 현실"
취임 뒤 문재인 대통령은 외교와 인사에 방점을 두고 있다. 11일 아베 총리와의 통화에서 문 대통령은 "우리 국민들 대다수가 정서적으로 위안부 합의를 수용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라며 우리나라의 입장을 전달했다. “일본의 지도자들께서 과거 고노 담화, 무라야마 담화, 김대중-오부치 공동성명의 내용과 정신을 계승하고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도 말했다.
반면 아베 총리는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 구축을 위해 위안부 합의를 착실히 이행하길 기대한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위안부 문제를 포함한 과거사 문제는 우리가 양국관계 발전에 있어 함께 지혜롭게 극복해나갈 수 있길 희망한다"며 양측의 공동 노력을 강조했다. 이와는 별개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한 대응에는 양국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해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아베 총리는 작년 일본에서 개최하려다 열리지 못한 한중일 정상회의의 조기 개최에 대한 의지를 피력했다. 중국 리커창 총리가 동의해 조기 개최가 추진되면 문 대통령은 빠르게 중국과 일본과 소통할 수 있다. 이번 년도 6월말부터 정상 외교가 시작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4. "사드 소통하자"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문 대통령에게 취임 축하 전화를 걸어 11일 정오부터 40여 분간의 통화가 이뤄졌다. 중국 국가주석이 대한민국 대통령에게 취임 축하 전화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 주석은 문 대통령의 베이징 방문을 공식 초청하기도 했다.
사드 문제와 관련, 문 대통령은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관심과 우려를 잘 알고 있다. 양국이 사드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 가면서 소통이 이뤄지길 희망한다"며 "북한의 추가적인 도발이 없어야 사드 문제 해결이 더 용이해 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시 주석은 한반도 사드 배치 반대 의견을 고수하며 “양국 상호 발전을 위해 노력하자”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중국에 진출한 우리 국민과 기업이 사드 문제 때문에 겪고 있는 어려움이 원만히 해결될 수 있도록 시 주석이 특별한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또 사드와 북핵 문제를 논의할 별도의 대표단을 중국에 파견하겠다고 밝혔다.
두 정상은 이른 시일 안에 상호 특사를 교환하기로 했다. 특사는 사드문제와 북핵문제를 논의할 두 개의 특사단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5.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세월호 참사 '엄정 수사' 지시
문재인 대통령은 11일 조국 신임 민정수석과 참모진들과의 오찬 자리에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엄정 수사를 지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11일 조 민정수석에게 “국민이 검찰개혁에 관심을 갖고 계신데, 그것도 중요하지만 그동안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도 제대로 활동하지 못하고 끝났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이 다시 조사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에 12일 조 수석은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장을 불러서 누가 어떻게 세월호 특조위 조사를 방해 했는지 조사할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이석태 세월호특조위원장이 단식까지 했는데 뭐가 안 됐고 조사를 누가 방해했는지 알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세월호 사건 재조사 시 관련 민정수석실 내부 조사 의지를 밝힌 것이다.
박세원 인턴기자 sewon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