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만큼 힘들게 찍었다.”
김옥빈과 신하균은 11일 오전 서울 강남구 CGV압구정에서 열린 정병길 감독의 신작 '악녀' 제작 보고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칸 국제영화제에서 초청을 받은 소감이었다.
김옥빈이 연기한 주인공 숙희는 장검부터 권총, 기관총, 심지어 도끼까지 수많은 무기를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킬러다. 빠르게 달리는 차량 위에 직접 매달리는 액션 장면을 대부분 대역 없이 스스로 소화했다.
김옥빈은 “촬영 당시 겨울이었는데 비를 뿌리는 장면에서 ‘이러다 저체온증으로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촬영 당시를 떠올렸다.
킬러 중상 역의 신하균은 “남성 위주의 거친 액션영화에 지친 관객에게 새로움을 주는 영화”라며 “김옥빈의 섬세한 연기와 강렬한 액션을 기대해 달라”고 말했다.
두 사람이 호흡을 맞춘 작품은 ‘박쥐', '고지전'에 이어 세 번째다. 신하균은 “시나리오를 받고 김옥빈씨가 적역이라고 생각했다”며 “이미 두 작품을 같이 했다. 눈빛만 봐도 연기를 주고받을 수 있는 관계이기 때문에 재미있게 잘 찍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악녀'는 '우린 액션배우다', '내가 살인범이다' 등 액션 장르에서 두각을 보인 정 감독의 첫 번째 여성 액션물다. 오는 17일 개막하는 제70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비경쟁부문인 미드나이트 스크리닝에 초청받았다.
다른 신작 '바람 바람 바람' 촬영 중 전치 4주의 다리 부상을 입은 신하균은 영화제에 불참한다.
김옥빈의 경우 2009년 ‘박쥐’(감독 박찬욱)에 이어 8년 만에 두 번째로 칸 국제영화제에 입성하게 됐다. 그는 “‘박쥐’ 당시 22세였다. 너무 어려 칸 영화제가 크고 대단한 영화제인지 몰랐다”며 “이번에 칸에 가면 잠을 자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슬애 인턴기자 wisei20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