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도 총무비서관은 기획재정부 25년간 근무 시절 내내 '꼼꼼' '성실' '겸손'이란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행정고시 출신 관료들의 치열한 각축장인 기재부에서 비고시 7급 출신이란 '약점'을 극복하고 승승장구했던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이 비서관은 1992년 임용된 뒤 줄곧 예산실 업무를 봤다. 예산과에서 실무 관리를 담당하는 ‘총괄주사’로 꼼꼼함을 인정받았다.
2002년 사무관 승진 뒤로는 장·차관 보좌진으로 실력을 인정받았다. 2003년 변양균 당시 기획예산처 차관 시절 차관 비서를 맡았고, 변 차관이 장관으로 승진한 뒤에도 변 장관을 보좌했다. 이 때문에 '변양균의 사람'으로 보는 시선도 있었다.
변 장관이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에 입성할 때 이 비서관을 데려갈 정도로 신망이 두터웠다. 강만수 재정경제부 장관 비서관으로도 일했다. 공교롭게도 세 명 모두 경남 합천 출신이다.
이 비서관은 기재부 인사과장 시절 하급자가 사무실을 찾아도 상석을 양보하고 손수 음료수병을 따줄 정도로 겸손했다고 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섬김과 자신을 낮추는 것이 몸에 밴 분”이라고 말했다. 또 매일 오전 6시 출근해 밤 11시에 퇴근할 정도로 워커홀릭이면서도 짬짬이 운동을 거르지 않을 정도로 성실했다.
지난해 2월 고위공무원단인 기재부 복권위원회 사무처장을 끝으로 기재부를 떠날 때 예산실 내에서는 ‘잊혀진 사람’으로 인식됐다. 그러나 같은 해 10월 예산실 국장으로 복귀하면서 모두를 놀라게 했다.
이날 총무비서관으로 또 한번 기재부를 놀라게 하면서 기재부 내에서는 ‘인생은 이정도처럼’이라는 말이 돌고 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