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4년여 동안 공백이었던 퍼스트레이디도 새로 탄생했다. 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63)가 그 주인공이다. ‘퍼스트 레이디'가 된 김정숙 여사의 화끈한 프러포즈가 재조명되고 있다.
김 여사는 1974년 경희대 74학번으로 성악과에 입학했다. 그해 대학축제 때 친구 오빠에게 법학과에 다니던 72학번 문 대통령을 소개받았다.
그는 “알랭들롱 닮았다고 해서 나갔는데 아니어서 눈을 내리깔았다”며 문 대통령과 첫 만남을 회상했다. 축제 이후 마주칠 때마다 어색한 인사만 나누던 두 사람의 본격적인 인연은 이듬해인 1975년 유신반대시위 현장에서 시작됐다.
경희대 법대 4학년 때 총학생회 총무 부장이던 문 대통령이 민주화 시위에 앞장서다 최루탄을 맞아 실신했을 때 옆에 있던 김 여사가 물수건으로 얼굴을 닦아줬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문 대통령은 1975년 4월 11일 집회 때 구속돼 징역 8개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 받고 풀려났다. 김 여사는 문 대통령이 구치소에 수감됐을 때도 그의 곁을 지켰다. 그는 자신의 연애사를 ‘면회의 역사라고 말한다.
김 여사는 문 대통령 면회때 야구광이던 문 대통령을 위해 그의 모교 경남고 야구부의 우승 기사가 담긴 신문을 들고 갔다. 문 대통령은 “내가 아무리 야구를 좋아한들 구치소에 수감된 처지에 야구 소식에 무슨 관심이 있을까. 그래도 그런 생각을 한 아내가 귀여웠다”고 회고했다.
7년의 연애 끝에 “결혼하자”고 먼저 말한 사람은 김 여사였다. 지난 4월 3일 더불어민주당이 공개한 문 후보와의 ‘59문59답’에서 문 후보는 “프로포즈는 어떻게 했나”는 질문에 “아내가 먼저 했다. 친구들과 있는데 아내가 와서 갑자기 ‘재인이 너 나랑 결혼 할거야 말거야? 빨리 말해!’라고해서 깜짝 놀라 ‘알았어’라고 했다”고 답했다.
김 여사가 문 대통령과 결혼을 결심한 이유에 대해 “내가 무슨 일을 하든 자유롭게 해줄 것 같아 좋았다”고 했다. 경희대 성악과를 졸업 후 서울시립합창단원으로 활동하던 그는 부산에서 법무법인을 개업한 남편을 내조하기 위해 전업주부가 됐다.
김 여사는 최근 인터뷰에서 ‘대학 새내기부터 정치인이 된 지금까지, 서로의 모든 것을 지켜봤는데 무엇이 변하고 변하지 않았나’라는 질문에 “깊고 그윽한 눈빛은 그대로인 것 같다”고 답했다.
또 “나에 대한 신뢰, 세상을 대하는 원칙이 변하지 않았다”면서도 “변한 건 흰 머리카락, 임플란트를 한 치아, 살짝 나온 뱃살”이라고 답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은 지난달 21일 서울시당 팟캐스트에 출연해 문재인 대통령의 장점으로 “내가 관찰한 건데, 김정숙 여사를 지금도 너무 너무 사랑한다”고 말했다.
그는 “(문 대통령 내외와) 같이 식사를 하다가 김정숙 여사가 ‘아유, 정 최고위원님. 제가 정 최고위원님 엄청 팬이다. 제가 정 최고위원님 오늘은 무슨 말씀하셨을까 하고 네이버, 다음에서 다 검색해 본다’고 말했다. 그러니까 갑자기 (문 대통령이) 눈이 동그래져 갖고 사모님을 계속 쳐다보더라”라고 전했다.
이어 “지금도 연애하는 것처럼 그렇게 서로 금술이 좋더라. 그게 참 보기 좋았다”고 덧붙였다.
1954년 서울에서 태어난 김정숙 여사는 유복한 집안에서 3남2녀 중 둘째로 자랐다. 활발하고 밝은 성격으로 ‘유쾌한 정숙씨’란 별명을 갖고 있는 김정숙 여사는 문 대통령 정치인생에 가장 큰 조력자로 알려져 있다. 지난 대선 기간에도 김정숙 여사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남편에게 과감히 전달하며 선거운동을 도왔다.
김정숙 여사는 지난 10일 문 대통령 취임식과 함께 퍼스트레이디로 첫 공식 활동을 시작했다. ‘유쾌한 정숙씨’의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