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최악 시나리오’는… 법무장관 박영선, 민정수석 조국

입력 2017-05-11 08:58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과 조국 서울대 교수. 뉴시스, 조국 트위터

문재인정부가 본격적인 조각(組閣)에 착수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국무총리 후보자에 이낙연 전남지사를 지명하면서 속도가 붙었다. 이 후보자는 "내각 구성이 늦어질 수 있어 제가 제청권을 모두 행사하길 기다리는 건 무리"라며 공식적인 '총리 임명' 전에 각 부처 장관 후보자가 공개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이미 당내·외 자문그룹에서 부처별 복수의 후보자가 추천된 것으로 알려졌다. 

눈길을 끄는 것은 법무부 장관 하마평이다. 국회 법사위원장을 지내며 검찰개혁을 외쳐온 박영선(57) 더불어민주당 의원, 서울대 법대 학장을 지낸 안경환(69) 전 국가인권위원장, 율사 출신 민주당 전해철 박범계 의원 등이 있다. 이 중 박영선 의원과 안경환 전 위원장은 사법시험을 거치지 않은 비법조인이다. 만약 두 사람 중 발탁된다면 청와대 민정수석에 역시 비법조인인 조국 서울대 로스쿨 교수를 내정한 것과 맥이 닿는다.

특히 '박영선 법무장관' 카드가 꽤 유력하게 거론된다. 박 의원은 최근 자신의 입각에 대해 “장관으로 갈 상황이 아니다”고 부인했지만 민주당 안팎에선 여전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박영선 의원이 법무부 장관에 기용되고 조국 교수의 민정수석 내정이 확정될 경우 '박영선 법무장관 - 조국 민정수석' 라인업 이뤄진다. 두 사람 다 사법시험을 거치지 않은 비법조인이고, 두 사람 다 검찰개혁을 부르짖어 왔다. 박영선 의원은 언론인 경력과 의정활동을 통해, 조국 교수는 저술과 강연, 활발한 사회적 발언을 통해 대중 인지도가 매우 높다는 공통점까지 가졌다.

'박영선 장관 - 조국 수석' 라인업은 검찰로선 최악의 시나리오일 게 분명하다. 

박영선 의원은 10일 MBC 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또 검찰개혁을 말했다. "적폐 청산"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박 의원은 이렇게 답했다.

"그 적폐라는 것이 쌓일 적이거든요. 쌓여 있는 낡은 제도라는 뜻이지 않습니까? 그 쌓여 있는 낡은 제도를 어떻게 개선하느냐의 문제죠. 검찰개혁, 재벌개혁, 이런 것을 예로 들 수 있겠습니다."

"그러니까 검찰 개혁 같은 경우에 그동안 '우병우 사단' 문제라든가, 또 인사가 적체돼 있는 상황이거든요. 지난 2월에 정규 인사를 했어야 하는데 못했죠. 검찰의 인사를 정상화시킴으로써 '정의의 깃발을 드는 곳이 검찰이다'라는 인식을 국민에게 심어주는 것, 이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자는 "검찰개혁의 방향성"을 다시 물었고, 박 의원은 또 이렇게 답했다.

"인사의 공정성이죠. 그동안 검찰 인사가 청와대에서 주로 다 이뤄졌거든요. 그러니까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모든 인사를 거의 다 쥐었다 폈다 했는데 이런 부분을 저는 제도적으로 고쳐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 같이 '인사를 통한 검찰개혁'을 주장하는 박영선 의원이 대통령의 검사 인사권에 큰 영향을 미치는 법무부 장관으로 기용될 경우 검찰은 '인사 태풍' 앞에 놓일 수밖에 없다. 법무장관 인선과 조각이 원활하게 진행되면 다음달 중순 대규모 검찰 인사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병우 사단’으로 분류되는 검사들의 거취는 물론이고 인사를 통해 드러날 검찰개혁과 검찰운영의 방향이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조국 민정수석' 내정이 현실화된다면 검찰을 향해 불어닥칠 태풍의 강도는 훨씬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조국 교수는 서울대 법대와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캠퍼스 로스쿨에서 법학석사와 밥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 대학원 에서도 법학 박사와 법학 석사를 했다. 줄곧 대학에 머물렀지만 정치 참여형 학자로 분류되고,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부소장을 지내기는 등 제도적 법조 개혁에 목소리를 높여 왔다. 부산 혜광고 동문으로 군사정권 시절 고문치사를 당한 고 박종철 씨와 가까웠다고 한다.

‘강남 좌파’란 별명도 갖고 있다. 보수와 기득권의 상징인 ‘강남(서초구)’에 거주하면서도 대표적 진보 인사로 꼽히기 때문이다. 조국 교수는 과거 언론 인터뷰에서 “대학교 2학년 때 친구들 앞에서 판검사가 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육법당(육군사관학교 출신과 법조인이 많았던 민정당을 비꼰 말)’이 될 수는 없다는 판단을 했다. 형사소송법에 고문금지 원칙이 있는데 서울대 출입 경찰이 아무 잘못도 없는 날 끌고 가 때리고 소지품 검사를 한 경험도 영향을 줬다”고 말했었다.

조 교수는 줄곧 검찰에 비판적이었다. 지난해 9월 참여연대가 발간한 책에서 그는 “한국 검찰은 ‘준 정당’처럼 작동한다”고 지적했다. 검찰개혁의 첫 번째 과제로는 “공수처(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 신설”을 꼽고 있다. 검찰의 수사권도 경찰에 넘겨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가 민정수석직을 맡은 뒤 이 같은 제도 개혁에 힘을 싣는다면 '문재인정부 개혁 1호 타깃'으로 떠오른 검찰개혁이 급물살을 탈 수 있다.

박영선 법무장관과 조국 민정수석. 이 라인업의 출현을 검찰이 결코 달가워할 리가 없어 보인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