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7만명… ‘투표하지 않을 권리’ 어떻게 생각하세요?

입력 2017-05-11 06:00

967만1802명.
 19대 대선에서 투표권을 행사하지 않은 사람 수다. 전체 유권자의 22.8%. 5명 중 1명이 기권한 셈이다. 투표율이 공개된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엔 이들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익명을 요구한 이가 10일 ‘취재대행소 왱’에 이런 취재를 의뢰했다. 
 “나라가 이 모양이 됐는데도 투표를 안 한 사람들은 대체 왜 그러는 걸까요?”

페이스북 '취재대행소 왱'에 접수된 취재 의뢰 메시지

이번 대선은 최종 투표율이 80%를 넘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사전 투표율이 26.06%로 역대 최고 수준이었고 투표 마감 시간도 오후 8시로 평소보다 2시간 연장됐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은 뒤 치러진 투표였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 기대감이 컸다. 그러나 최종 투표율은 77.2%. 실망한 한 40대 직장인은 “100명 중 23명은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한 30대 남성은 “나라가 이 모양이어도 투표 안하는 개․돼지가 많구나”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투표를 안 한 이들은 “민주시민에겐 투표를 하지 않을 권리도 있다”며 항변한다. 찍을 후보가 없다면 투표를 포기하는 것도 일종의 의사표시라는 것이다. 한 네티즌은 “언제부턴가 투표를 안 하면 죄인처럼 여겨지고 있다”며 “기권하는 것도 국민의 선택”이라고 게시판에 적었다. 또 다른 네티즌은 “투표의 자유는 투표를 하지 않을 자유를 포함하는 것”이라며 “투표를 안했어도 당선자를 욕할 자격이 있다”고 맞섰다.

 ‘투표하지 않을 권리’도 존중해줘야 하는 걸까? 한 ‘지나가던 대학생’(실제 닉네임)이 9일 인터넷 커뮤니티에 이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투표를) 안 하는 것도 자유’라는 답변이 전체 41.98%(68표)를 기록했다. 신뢰도를 보장받을 수 없는 설문이란 점을 감안하더라도 적잖은 이들이 투표 기권을 인정하고 있다는 얘기다. 헌법재판소는 1994년 7월 유권자가 자유롭게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자유선거의 원칙’을 분명히 했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나 하나쯤 투표하지 않아도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인식도 투표 거부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한 표 차이로 당락이 결정된 사례가 실제로 있었다. 2008년 6월 4일 실시된 강원도 고성군수 보궐선거에서 황종국(무소속) 당시 후보는 4697표를 얻어 윤승근(무소속) 후보(4696표)를 한 표차로 이겼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맘에 드는 후보가 없어 투표를 거부한다는 주장에 대한 반발도 있다. 정 뽑을 사람이 없으면 ‘차악’에게 표를 던져 ‘최악’이 당선되는 걸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프랭클린 애덤스는 이렇게 말했다. “선거란 누구를 뽑기 위해서가 아니라 누구를 뽑지 않기 위해 투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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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상 기자 최경원 인턴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