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과 검찰이 개혁의 ‘태풍’ 앞에 놓였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호명한 국정원장 후보자는 물론, 아직 공식 거론되지 않았지만 물밑에서 전해진 민정수석 내정자는 모두 개혁 성향의 인물들입니다. 문 대통령이 집권 첫 날부터 하나는 ‘직구’, 다른 하나는 ‘변화구’를 던져 국가개조의 ‘아웃카운트’를 줄이기 시작한 셈입니다.
우선 국정원장 후보자는 공식적으로 지명됐습니다. 문 대통령은 10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집권 첫 기자회견을 열고 내각 1기 인선을 발표했습니다. 여기서 서훈 전 국정원 3차장을 신임 국정원장 후보자로 지명했습니다. 아직 임명된 것은 아닙니다. 문 대통령이 이날 지명한 국무총리와 국정원장은 모두 국회 청문회를 거쳐 임명 여부를 확정하게 됩니다.
서 후보자는 서울대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모든 경력을 국정원에서 쌓은 대북 전문가입니다. 2000년 6월 15일 김대중 전 대통령, 2007년 10월 4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방북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기획하고 실무를 협상한 대북통입니다. 무엇보다 국정원 내부 개혁의 의지를 가진 인물로 알려졌습니다.
문 대통령은 서 후보자의 이런 경력을 나열하면서 “국정원 출신 중 내부 개혁 의지가 누구보다 분명하다. 내가 공약했던 국정원 개혁 목표를 구현할 최고 적임자라고 판단했다”며 “외교라인과 호흡을 맞춰 북핵 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집권 첫 날부터 국정원 개혁 의지를 드러낸 셈입니다.
문 대통령은 서 후보자에 앞서 이낙연 전남지사를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했습니다. 서 후보자로 개혁의 의지를 천명하면서 상대적으로 탕평·화합형 인사로 평가받는 이 후보자를 동시에 지명해 분위기를 상쇄했습니다. 하지만 언론 보도로 전해진 ‘민정수석 내정설’은 또 다른 개혁의 ‘태풍’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바로 검찰입니다.
‘문 대통령이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초대 민정수석에 내정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서울 서초동 검찰청사는 혼란에 빠진 모습이 역력합니다. 조 교수는 그동안 문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고강도 검찰 개혁을 외친 재야인사입니다. 검찰 출신도 아닙니다.
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박근혜정부 국정농단 사태에서 가장 먼저 개혁할 대상으로 검찰을 공공연히 지목했습니다. 이명박·박근혜정부 10년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은 대부분 검찰 출신이었습니다. 조 교수가 민정수석 제안을 수락하면 문 대통령의 검찰 개혁 의지에 화답한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문 대통령은 아직 조 교수를 호명하지 않았고, 조 교수 역시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민정수석 임명은 문 대통령의 검찰 개혁과 운영의 방향을 가늠할 잣대가 됩니다. 법무부 장관 인선이 원활하게 진행되면 다음 달 중순 중으로 대대적인 검찰 인사가 가능해집니다. ‘우병우 사단’으로 분류되는 검사들의 거취 역시 관심거리입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