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집권 1기 내각에서 가장 먼저 지명한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는 새 정부 호남 인재 등용의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은 대선후보였던 지난 1월 광주를 방문했을 때부터 전남지사인 이 후보자를 ‘국정 동반자’로 낙점하고 있었다.
문 대통령은 10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집권 1기 내각 인선에서 가장 먼저 이 후보자를 소개했다. 이 후보자는 국회 청문회를 거쳐 임명 여부가 결정된다. 문 대통령은 “새 정부 총리를 대탕평·통합형·화합형 인사로 임명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 지사가 그 취지에 맞게 통합과 화합을 이끌 적임자”라고 소개했다.
이 후보자는 전남 영광 태생이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동아일보에 입사해 기자 생활을 했다. 2000년 제16대 총선에서 국회로 입성한 4선 의원 출신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비(非)영남 출신 총리론’을 시사했다. 이 후보자를 지명하면서 호남 인재 등용에 본격 착수했다. 문 대통령은 직접 “이 지사 지명은 균형 인사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문 대통령 기자회견에 이은 질의응답에서 뒷이야기를 꺼냈다. 문 대통령이 대선후보로 광주를 방문한 일화였다. 그는 “올 초 광주를 방문했던 문 대통령과 나눴던 이야기”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월 두 차례 광주를 찾았었다.
올해 대선레이스 첫 일정으로 지난 1월 1일 광주 무등산은 등반했고, 같은 달 23일 전남 나주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를 방문했다. 전남지사인 이 후보자를 공개적으로 만난 곳은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에서였다. 이 후보자는 “올 초”라고 표현했을 뿐 구체적 시점을 밝히지 않았다.
이 후보자는 “문 대통령과 1시간 조금 안 되는 시간 동안 만났다. 그때 ‘호남을 국정의 동반자로 생각한다. 이 지사를 국정 동반자로 모시고 싶다’는 말을 들었다”며 “되묻거나 확인하지 않았다. ‘내가 도와줄 일이 있느냐’고 물어 화제를 전환했다”고 했다.
이어 “열흘 전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당시 전직 의원)이 ‘혹시 일이 있을 것 같으니 준비하라’는 말을 전했다. 그 정도가 (총리 후보자 지명 과정의) 전부다. 그 전에 총리로서 다짐 같은 것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 총리는 취임할 경우 국정운영의 우선순위를 서민생활 안정화로 지목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으로 갑작스럽게 출범한 새 정부에서 풀어야 할 과제를 “한두 가지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안보·외교 위기 타개, 국가 위상의 중장기적 수립만으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여러 곳에 있는 불공정 불평등 부조리한 일들을 바로잡는 것이 중요하지만 이 또한 시간이 걸린다. 우선 서민생활 안정화가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