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각 당 찾아가 "야당과 정보 공유"

입력 2017-05-10 11:38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오전 10시25분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를 찾았다. 6층 1회의실에서 정우택 원내대표 등과 마주앉았다. 정 원내대표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그는 "선거과정에서 피곤이 쌓였을 텐데 쉴 시간도 없이 바로 취임하시고 중책 맡아 어깨 무거울 듯하다"며 "사실 저는 문 대통령의 안보관에 비판을 많이했는데 이제 불안한 안보관도 다 해소하고 사드 문제나 대북관계에서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정치를 해 달라"고 말했다.

이어 "한 가지 더"라면서 "서민경제가 굉장히 어렵다. 좋은 정책도 많이 발표했으니 실현될 수 있도록 잘 이끌어 달라. 외람되지만, 저도 이렇게 사회생활을 해보니 '인사가 만사다' 이런 얘기를 한다. 훌륭한 인사들이 적재적소 배치되는 좋은 인선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우선 선거에 고생도 많이 하셨는데 우리 자유한국당 또 홍준표 후보님께 다시 한 번 위로 말씀 드린다"며 "홍 후보와는 통화를 했다. 또 여러 가지 경황이 없을 텐데 따뜻하게 맞아주시고 만나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앞으로 당연히 국회를 존중하고 야당과도 소통하고 대화하고 또 함께 국정의 동반자로 하겠다. 야당 당사를 먼저 방문한 것도 그런 의미를 갖고 있다. 의례적으로 하는게 아니라 임기 내내 그런 자세로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까 말하신 남북관계 안보문제 한미동맹, 이 부분은 자유한국당에서만 조금 인정해주시면 잘 풀어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안보의 중요한 정보들을 공유해가겠다. 이현재 정책위의장도 계신데, 이번에 경쟁하는 중에도 상당히 일치되는 공약도 많다. 그런 공통 공약만큼은 빨리 입법이 될 수 있도록 해나가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제1야당이니 제가 간곡하게 협조를 청한다"고 덧붙였다. 이 말에 정우택 원내대표는 "대통령께서 야당 대표 했을 때보다 저희가 더 강한 야당이 될지 모른다"는 농담을 던졌다. 문 대통령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 10년, 이명박 박근혜 정부10년, 그 20년을 다 놓고 성찰하는 자세로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어 국민의당을 찾아가 지도부를 만났다. 오전 10시45분쯤 국회 본청 국민의당 대표실에서 기다리고 있던 박지원 대표와 마주앉았다. 말문을 연 것은 박지원 대표였고, 그의 입에선 '굿모닝'이란 말이 나왔다.

박지원 대표는 "오늘 아침은 '굿모닝'으로 시작하겠다"며 문 대통령에게 "진심으로 축하하고 수고 많으셨다"고 인사를 건넸다. 박 대표는 이번 선거에서 아침마다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한 비판적 글을 SNS에 올려 '문재인 비판으로 아침을 연다'는 뜻의 '문모닝'이란 별명을 얻었다. 이를 의식한 듯 이날은 '문모닝'이 아닌 '굿모닝'임을 언급한 것이다.

박 대표는 "무엇보다 10년 만에 정권교체가 이뤄진 것에 큰 의미를 둔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상처받은 국민을 문재인 대통령이 따뜻하게 감싸주시고, 국민통합과 정치 대개혁을 위한 협치, 나아가 변화와 미래로 가는 대한민국을 위해 개혁과 경제와 민생을 아울러 달라"고 말했다.

이어 "안철수 후보가 최선을 다했지만 국민 지지를 받는 데 실패했고 우리가 승복하는 것은 더 큰 민주주의라 생각한다. 앞으로 대통령님이 국정을 펴나가시는 데 당으로서 협력에 방점을 두고, 또 야당이기에 견제할 것은 견제하면서 나가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안철수 후보님 하고는 서로 축하와 위로를 나누는 통화를 했다. 그동안 치열하게 경쟁했지만 정권교체를 바라는 마음이나 정권교체 이후의 한편으로 개혁하고 한편으로 통합하는 그런 면에서 저나 우리 대표님이나 우리 민주당이나 국민의당이나 같은 목표를 갖고 있다고 본다"고 했다.

또 "특히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다른 길을 걷고 있지만 뿌리가 같은 정당이기에, 저도 말로만 야당에 협력을 구하는 게 아니라 수시로 야당 지도부를 함께 만나고 정책을 협의하고 또 정보를 공유하면서 협력하는 자세로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어 문 대통령은 "하여튼 오늘 굿모닝이다"라고 농담을 던졌고, 박 대표는 크게 웃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